쌍용차를 웃게 만든 SUV 티볼리 디젤

  • 입력 2015.09.30 07:50
  • 수정 2015.09.30 13:28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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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급이나 차종 또는 월간 판매 순위 상위 목록에 쌍용차 제품들이 이름을 올리는 일은 드물었다. 매번, 어떤 유형으로 나누든 상위권 목록은 현대차나 기아차가  독식했다. 최근 상황은 달라졌다. RV 쪽에 긴 역사를 갖고 있으면서도 존재감이 뚜렷하지 못했던 쌍용차가 티볼리 덕분에 이런저런 순위에 자주 이름을 올리고 있다.

1월부터 8월까지 판매된 SUV 차종 탑5에도 티볼리는 당당하게 이름을 올려놨다. 티볼리는 기아차 스포티지보다 많은 2만 6023대를 팔았다. 매달 3000대 이상 꾸준하게 팔리며 기대했던 자기 몫 이상을 해내고 있다.

아직은 준중형 그리고 중형 SUV가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는 하지만 최근 시장의 관심은 좀 더 작은 크기의 준중형 또는 소형 SUV에 더 쏠려있다.

티볼리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쉽게 식지 않으리라고 보는 이유는 또 있다. 폭스바겐 사태로 주춤거릴 수도 있기는 했지만, 양심적으로 효율성을 확보한 디젤차라면 오히려 유리한 국면이어서다.

 

도심 위주로 달린 평균연비 14.2km/l

약 200km를 달린 티볼리 디젤은 평균 연비 14.2km/l를 기록했다. 제원상 수치는 복합 기준 15.3km/l(도심 13.7km/l, 고속도로 17.8 km/l, 2WD 자동변속기)였지만 이보다 낮은 이유가 있다.

연비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서 도심 구간을 주로 달렸고 거칠게 몰았다. 티볼리는 1.6 디젤엔진을 탑재한 동급 경쟁 모델 중 가장 낮은 기본 스펙을 갖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도심 실주행 연비가 엇비슷하게 나왔고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은 이런 약점을 충분히 상쇄시킨다. 인증 연비로만 따져보면 효율성이 뛰어나지 않지만 무난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티볼리에 탑재된 e-XDi160 LET의 최고 출력은 115마력(4000rpm), 최대 토크는 30.6kg.m(1500~2500rpm), 여기에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됐다.

아주 낮은 엔진회전수에서 토크 상승곡선의 정점이 시작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쟁모델보다 낮은 최대토크의 시작점은 저중속에서 마음껏 속도를 높일 수 있게 해준다. 그만큼 경쾌한 출발이 가능하고 고속에 다다르는 시간도 짧아진다.

쌍용차가 미니나 골프보다 가속력이 좋다고 하는 이유, 그리고 도심 운전을 하면서 정지 상태에서 출발할 때마다 기분 좋게 속도의 상승감이 느껴지는 것도 여기에서 나온다. 도심 연비가 기대했던 것보다 높게 기록된 것도 마찬가지다.

 

올곧은 자세, 인상적인 주행 질감

티볼리 디젤의 달리는 맛을 처음 느껴 본 장소는 서킷이었다. 인제 스피디움 서킷에서 170km 이상의 속도를 내 봤고 험악한 힐 구간과 헤어핀을 무모할 정도로 공략했었다.

국내 완성차, 아니 수입차 업체들도 이렇게 서킷을 달리도록 내버려두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부분은 선도차를 따라가는 수준에서 서킷을 타도록 한다.

당시 티볼리 디젤은 날 것 그대로 서킷을 달렸다. 옆자리에 인스트럭터가 동승을 하기는 했지만 제동 포인트만 잡아줬을 뿐 특별한 통제도 하지 않았다.

그때의 경험이 아직도 생생하다. 어느 구간에서든 차체 안정감이 뛰어났고 트랙을 움켜쥐는 그립력, 급제동하고 다시 최대치의 속도를 내야 하는 모든 상황에 완벽하게 응답을 했다.

 

도심 주행에서는 서킷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다른 맛을 줬다. 정숙하고 차분한 승차감이다. 기호에 따라 다른 느낌이 들 수 있겠지만 휘발유 보다 소음과 진동의 느낌이 좋다.

적절한 방음과 진동 저감 대책이 반영되기는 했지만 디젤 엔진에서 용납되는 수준에서 적당하게 실내를 파고들어 오는 진동이나 소음은 즐겨도 될만한 수준이다. 서 있을 때보다는 달릴 때 더 차분한 특성이 있다.

스티어링 휠은 컴포트와 노멀, 스포트로 전환할 수 있는 스마트 스티어 기능이 있지만, 실제 체감이 가능한 수준의 변화는 없다. 기본적인 핸들링 성능이 단단한 하체와 어울려 매우 훌륭한 방향성을 발휘하기 때문에 굳이 이런 기능이 왜 필요한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쌍용차 최고의 디자인, 기발한 재미의 실내

티볼리에서 가장 찾기 힘든 기능은 트립을 다시 설정하는 리셋 버튼이다. 대부분은 클러스터나 스티어링 휠 주변에 있는 트립 버튼이 센터페시아 왼쪽 위에 자리를 잡았다.

위치가 애매한 것도 있고 티볼리가 재미있는 기능으로 소개한 클러스터의 배경 조명을 바꾸는 기능도 여기에 포함돼 있어 집중력을 떨어트리는 단점이 있다.

실내장식의 전체 느낌은 정갈하다. 익숙한 디자인의 센터페시아는 알루미늄 느낌이 나도록 위장한 버튼류가 잘 정돈됐고 게이트 타입 시프트 레버의 잡는 느낌이나 손에 잡히는 위치도 적당하다.

 

스티어링 휠에도 세심한 배려가 숨겨져 있다. D 컷을 기본으로 운전 중 손이 자주 가는 주요 그립부에 포인트를 줘서 가벼운 조작은 물론 회전을 쉽게 했다. 열선에 오디오와 핸즈프리, 크루즈 컨트롤 리모트 컨트롤까지 포함됐으니까 있을 것은 다 있는 셈이다.

클러스터의 배경 조명은 주간과 야간에 6개나 되는 컬러 중 마음에 드는 것으로 설정이 가능하다. 여기에 베이지와 블랙 원 톤, 레드 투톤 등 다양한 컬러로 구성해 젊은 소비자들의 감각에 맞춘 것도 티볼리가 젊은층의 관심을 끌고 도심에서 돋 보이게 하는 요소들이다.

과장된 숄더 라인과 LED 주간주행등으로 화려하고 고급스러움을 살린 HID 헤드램프, 그리고 독창적인 외관도 티볼리의 돌풍을 이어가게 하고 있다.

 

총평

공회전 상태에서의 차체 떨림이 뜻밖에 크다. 정지와 출발이 반복되는 도심에서는 불만이 될 수도 있다. 트립 컴퓨터의 리셋 및 스마트 스티어 버튼의 위치도 난감하다. 시가잭과 함께 수평을 이루는 위치에 엉성하게 마무리된 공간도 뭔가로 대칭을 이루는 것이 좋겠다.

조수석 글로브 박스 위쪽 수납함과 1열 도어 포켓을 3개로 나눠 놓은 것은 매우 유용한 아이디어다. 티볼리 디젤의 가격은 2080만 원부터 시작한다. 시승차는 최고급 트림인 LX 2450만 원에 세이프티 선루프와 LED 룸 램프 등으로 구성된 실내장식 패키지 등 모든 선택품목이 적용됐다. 이렇게 하면 300만 원 이상 차 값을 더 부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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