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뉴 스포티지, 같은 레시피 전혀 다른 맛

  • 입력 2015.09.23 08:48
  • 수정 2015.09.23 14:28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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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시승회에서 만난 기아차 관계자들의 표정에 여유가 넘쳤다. 사전 계약 대수가 7000대나 몰렸고 어제(21일) 하루 동안 500대가 계약됐다는 자랑도 숨기지 않았다.

RV는 여유 있게 현대차를 따 돌릴 수 있겠다고 말하자 김창식 기아차 국내 영업본부장은 “이미 따돌렸다. 스포티지 반응을 보면 RV 쪽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1월에서 8월까지 누적 판매량 기준 현대차 RV는 10만대, 기아차는 13만대를 팔았다. 반면 투싼은 3만 7000대, 신차를 기다리는 수요가 꽤 있었던 스포티지는 2만 4000대가 팔렸다. 충분히 할 수 있는 얘기다.

그러나 스포티지가 포진한 준중형 SUV 시장 경쟁은 치열하다. 현대차 투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예전 같으면 같은 차급만 신경을 쓰면 됐지만, 경계가 사라진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다.

티볼리, QM3, 트랙스 등 바로 아래 소형 SUV가 시장 지배력을 높이고 있는 상황까지 주시하고 대응을 해야 한다. 또 과거와 달리 신차 효과는 반짝하는 데 그치는 일이 다반사다. 신형 스포티지의 사전 계약이 뚜렷해 보이지도 않는다.

바싹 신경을 써도 모자란 판인데 신형 스포티지를 시승하면서 별 감흥이 없고 무엇을 지향하는지 모호했다는 것도 지금 기아차가 들뜨고 만족해 할 상황은 아니지 싶다.

 

긁어 부스럼, 참신함이 사라진 익스테리어

기아차가 내놓는 신차는 참신하고 모험적이고 도전적이었다. 세단 K시리즈도 그랬고 모하비, 쏘울, 스포티지, 쏘렌토 등을 통해 매번 혁신적인 디자인을 선보였고 좋은 반응을 끌어냈다.

그러나 모범적인 디자인 경영 성공 사례로 주목을 받아 온 기아차의 최근 신차들은 이런 참신함이 부족하다. 신형 K5도 그랬고 이날 시승차인 신형 스포티지는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다.

3세대 스포티지의 디자인이 워낙 완벽했던 이유도 있겠지만 4세대는 강렬함이 사라지고 여러 개의 실루엣이 겹쳐 보이기까지 한다.

 

자동차를 전문으로 하는 디자이너들이 강조하는 디자인의 핵심은 ‘균형’이다. 완벽에 가까운 비율로 차체의 각 부분을 분배하고 여기에 맞는 구성품들이 조화를 이룰 때 보통의 대중들에게 시각적 만족감을 준다고 한다.

신형 스포티지는 차체 비율을 논하기에 앞서 그릴과 램프류, 그리고 전면과 후면이 부조화하다. 전면부는 어색한 곳에 자리를 잡은 헤드램프와 생뚱맞은 안개등, 왜 있어야 하는지도 모르는 가니쉬가 중앙부로 몰려있다.

이 때문에 쏘렌토와 맞먹는 비교적 큰 전폭(1855mm)에도 지면을 부여잡기보다 붕 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반면 후면에는 차체의 바깥쪽으로 향해 있는 가니쉬가 자리를 잡고 있어 정반대의 느낌이 든다. 디자인에 일관성이 사라지면서 마치 다른 차를 보는 듯하고 또 익숙하다.

 

사양은 높아졌지만 혼란스러운 실내

센터페시아에서 묘하게 미니가 연상됐다. 기본 구성은 다르지만, 블랙 하이그로시, 토글 스위치 비슷한 버튼들이 그런 느낌을 들게 했다.

디스플레이와 확실하게 구분된 하단 영역에는 오디오와 공조장치 버튼들이 정리돼 있고 시트와 운전대 열선 버튼 패널은 계단식으로 더 아래쪽에 자리를 잡았다. 왜 그렇게 했는지는 누구도 명확하게 설명을 하지 못했다.

오밀조밀하게 버튼류들이 집중돼 있어 혼란스럽다. 반면 붉은색 조명으로 각 버튼의 기능들을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했고 스포츠 페달, 넉넉하게 마련된 USB 포트와 충전잭, 반듯한 수평형 대시보드는 실내 전체 분위기를 안정감 있고 고급스럽게 보이는 데 일조했다.

 

D컷 운전대를 잡는 느낌, 도어 안쪽 팔걸이와 콘솔의 촉감은 부드럽다. 콘솔박스, 두 개의 컵 홀더, 용량이 큰 글로브 박스 등 수납공간도 충분하고 드라이브 셀렉트 버튼이 포함된 시프트 노브 주변도 깔끔하다.

수출차와의 차별 논란 핵심이었던 어드밴스드 에어백, 하이빔어시스트(HBA), 긴급제동보조시스템(AEB), 후측방 경보 시스템(BSD), 차선이탈 경보 시스템(LDWS) 같은 첨단 기술도 적용됐다.

이 밖에도 휴대전화 무선충전 시스템, 스마트 테일게이트 등 다양한 편의 사양과 함께 선루프는 외부 충격이나 차량의 뒤틀림에도 강하게 버틸 수 있도록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 프레임이 적용됐다.

 

힘 좋고 하체는 튼튼하고, 주행 질감은 보통

시승차는 최고출력 186마력(4000rpm), 최대토크 41.0kg·m(1750~2750rpm)의 성능을 발휘하는 R2.0 디젤 엔진을 탑재했다. ISG 장치가 보태진 자동변속기의 복합연비는 14.4km/ℓ, 수동변속기 연비는 15.0km/ℓ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즉각적인 응답성이다. 최대토크가 1750rpm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가속 페달을 가볍게 눌러도 튕길 듯 차체를 밀어낸다.

조금 깊게 가속을 하면 스핀이 발생할 정도니까 발진 성능은 동급 모델 가운데 가장 민첩하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현대차 투싼과 플랫폼과 엔진을 공유하는 같은 레시피를 쓰고 있지만, 전혀 다른 맛이 여기에서 난다.

소리도 다르다. 정숙성에 영향을 주지 않는 사운드는 투싼보다 더 맛깔스럽다. 고속에서의 차체 안정감도 확실하게 개선이 됐다. 차체를 과격하게 놀리면 ‘뒤가 털린다’는 지적을 받았던 예전과 달리 묵직하고 일체감 있게 거동을 한다. 서스펜션에 공을 흔적도 뚜렷하게 느껴진다.

 

노면 충격을 받아들이는 쇽업쇼버 스프링의 강도가 적당하고 댐퍼가 적절하게 반응하면서 작지 않은 노면 충격에도 차체 요동을 최소화시킨다. 여기에 견고해진 하체가 정교한 조타감을 도와 차체 제어를 쉽게 했다.

그런데도 특별한 맛은 없다. 일반적인 고만한 체급의 SUV와 크게 다르지 않다. 평범하고 무난하다는 얘기다. 실내로 유입되는 외부 소음도 크게 줄었다. 엔진 소음을 줄이기 위해 일체형 대쉬패드가 적용했고 휠 에어커튼과 리어스포일러의 에어 블레이드로 공기 저항에 따른 풍절음이 확실하게 줄었다.

시승 차보다 더 기대되는 모델은 10월에 나오는 U2 1.7 디젤 엔진이다. 아반떼, K5, 쏘나타 등 최근 현대차와 기아차가 선보인 디젤 모델들이 7단 DCT와 어울려 만만치 않은 성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총평]

디자인은 호불호가 있다고는 하지만 사람 눈에 그렇게 큰 차이는 없다. 어느 한쪽으로는 쏠리기 마련이고 그런 면에서 4세대 스포티지는 3세대에서 보여줬던 참신함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자동차의 성능 수치가 무한정 상승하기 어렵다고 봤을 때 앞으로의 경쟁과 승부는 디자인과 사양에서 판가름이 난다. 신형 스포티지의 디자인에 아쉬움이 큰 이유다.

시승모델인 R2.0 디젤(2WD)노블레스 스페셜의 기본 가격은 2842만 원, 여기에 내비게이션과 드라이빙 세이프티 팩, 컴포트 등 400만 원 상당의 선택품목이 추가됐다. 3000만원이 넘는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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