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를 만든다는 벤츠의 B급 서비스

  • 입력 2015.09.15 19:56
  • 수정 2015.09.16 09:03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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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 도심 한가운데에서 억대의 차량을 골프 클럽으로 마구 망가뜨리는 동영상 때문에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문제의 동영상에는 차주 A 씨가 지난 3월, 2억 9000만 원을 주고 리스로 산 벤츠 S63 AMG를 골프 클럽으로 마구 부수는 모습이 나온다.

A 씨는 지난 6월, 주행 중 시동이 꺼지는 문제로 벤츠 서비스 센터를 방문해 수리를 받았고 “같은 문제가 또 발생하면 차량을 교환해 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지난 9일, 언덕길에서 다시 시동이 꺼져 업체를 찾아가 항의했지만, 벤츠 코리아는 차주가 임의로 배기 계통을 개조했다는 이유를 들어 차량 검사와 수리를 거부했다.

이날 차량을 부순 것은 정비를 받지 못한 상태로 운행 중 3번째 시동꺼짐 현상이 발생하자 이에 대해 항의하고 애초 약속대로 차량 교환을 요구했지만 이를 거부 당하자 홧김에 벌인 일이다.

이에 대해 메르세데스 벤츠는 지난 6월 25일 시동 꺼짐에 대한 1차 수리 요청이 최초로 접수됐으며 7월 27일, 같은 이유로 2차 수리 요청이 접수됐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검사 도중 임의로 부품을 개조한 부분이 발견됐고 차량을 원상 복구 시킨 후 수리를 진행하기로 했지만, 일부가 완료되지 않아 정확한 검사를 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사태가 확대된 가장 큰 원인은 메르세데스 벤츠가 차주 임의로 개조한 부품을 원래대로 복구하지 않으면 검사나 수리를 해 줄 수 없다고 한데서 시작됐다.

차량 시동이 꺼지는 현상이 차주 임의의 개조 행위로 비롯됐고 이 경우 자신들은 책임질 일이 없다는 식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그러나 차주가 임의로 개조한 것으로 알려진 한 이그조스트와 센터 머플러는 차량 시동이 꺼지는 것과 전혀 관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학과)는 “일반적으로 배기 계통의 개조는 출력과 소리, 그리고 모양을 좋게 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개조가 됐다고 주장하는 부품은 차량의 배기 능력을 키우기 위한 것으로 시동이 꺼지는 현상과 무관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배기구를 막는 개조를 한 것이 아닌 이상 엄격한 트레이닝 과정을 통과한 벤츠의 전문 정비사들이 이를 모를 리 없다”며 “주행 중 시동이 꺼지면 어떤 위험 상황이 벌어질지 뻔한 상황에서 황당한 이유를 들어 수리를 거부하고 미뤘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앞서 여러 대의 동일 차량에서 같은 증상이 반복해 발생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문제의 차를 그대로 운행토록 했다는 사실은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다는 지적들도 나오고 있다.

특히 동일 결함이 발생한 또 다른 차주에게는 보안유지서를 받고 차량을 차 값을 환불받았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최고가 아니면 만들지 않겠다’는 메르세데스 벤츠가 ‘B급 서비스’의 전형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한편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는 15일, 차주 A씨와 만나 해결책을 논의했으며 딜러사가 제기한 업무방해죄 고소는 취하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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