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XE, 문턱 낮춘 영국 프리미엄 세단

  • 입력 2015.08.31 08:49
  • 수정 2015.08.31 09:40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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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호 태풍 고니(GONI)가 동해안을 강타하면서 뿌린 비는 엄청났다. 설악산에 500mm, 경포대가 있는 강릉에 300mm 가까운 비를 말 그대로 퍼부었다. 강풍까지 동반한 폭우는 직전까지 피서객으로 북적거렸던 경포대 인근에서 사람 구경조차 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지난 25일, 강릉 씨마크 호텔 테라스에는 강풍과 폭우를 뚫고 하필이면 이날 시승을 해야 할 이탈리안 레이싱 레드 컬러의 재규어 XE가 외롭게 세워져 있었다.

그 뒤로는 엄청난 파도가 해변으로 밀려왔다 밀려나가는 일이 반복됐고 굵은 빗 줄기가 호텔 유리창을 때리는 소리, 바람에 날려 부러진 나무가지가 도로를 뒹구는 어수선하고 살벌한 풍경이 펼쳐졌다.

이런 악천후에 시승을 해야 하는지 고민이 깊어졌다. 재규어 코리아는 그러나 단호하게 “오전 답사에서 일부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코스를 일부 변경을 했다”면서 “최대한 안전하게 리드를 하겠다. 재규어를 믿어 달라”며 시승을 강행했다.

 

대관령 옛길, 파도가 넘쳐대는 해안도로까지

재규어 랜드로버코리아가 준비한 시승 코스는 대관령 옛길, 영동고속도로, 파도가 방파제를 넘어 들이 닥치는 정동진 해안도로까지 이어지는 왕복200km 구간이다.

악천후를 감안하면 고약한 시승을 각오해야 했고 안전에도 신경을 써야했다. 그러나 이날 인스트럭터를 총괄한 드라이빙마스터아카데미(DMA) 임성택 감독은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대관령 옛길에 진입하면서 말 그대로 쏟아붇는 폭우가 시작됐지만 따라 붙기 힘들 정도로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불안했다. 도로 곳곳에는 물이 고여 있었고 미처 배수로를 찾지 못한 빗물이 도랑처럼 흐르고 있는 미끄러운 도로를 한계치 이상의 속도로 달려도 되는 것일까.

걱정은 기우였다. 가장 먼저 시승 모델로 고른 재규어 XE 20d R-스포츠는 50대50의 이상적인 차체 비율과 70% 이상의 알루미늄 차체로 확보된 차체 강성으로 강한 신뢰감을 줬다.

더블 위시본의 전륜 서스펜션과 더불어 후륜에 적용된 인테그럴 링크는 핸들링을 날카롭게 구현해 주면서 굽은 도로에서 속도나 회전각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묵직하고 안정감있는 돌파 능력을 과시했다.

 

후륜의 단점을 보완 해 준 토크 백터링

토크 백터링도 여기에 한 몫을 했다. XE가 전륜쪽 동력 전달에 약점을 갖고 있는 후륜구동(FR) 타입이지만 폭우가 쏟아지는 대관령 옛길 헤어핀 구간을 빠르게 진입하면서 강하게 핸들을 돌려도 후륜 토크를 효과적으로 분산시켜 자세를 유지시켜 준다.

운동성능과 조향성능을 최대화 시키면서도 후륜구동타입 자동차의 약점을 보완하는 절묘한 조합이다. 급가속을 하기 위해 세이프티카와 안전 거리를 확보한 후 가속페달을 강하게 압박해 본다.

계기판 게이지들이 기분좋게 상승하며 엔진회전수가 순간적으로 5000rpm 이상까지 치솟았고 빗 길에서 100km/h의 속도를 찍는데 10초 가량이 걸렸다.

악천후 속, 재규어의 새로운 엔트리 XE가 얼마나 조용한지, 승차감을 제대로 느낄 수는 없었다. 다만 물이 고인 곳을 빠르게 지나가도 차체의 흔들림이 많지 않았다는 것, 빗방울이 차체를 때리는 소리가 아무리 커도 음악을 듣거나 옆 사람과의 대화가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아쉬운 터보랙, 성능은 만족

I4 터보 디젤 엔진은 R-스포츠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 1999cc의 배기량에 180마력(4000rpm)의 최고출력과 43.9kg.m(1750~2500rpm) 최대토크, 복합연비 14.5km/l의 성능 제원은 다른 트림인 20d 프레스티지, 포토폴리오와 동일하다.

R-스포츠는 스포츠 범퍼와 블랙 프런트 그릴로 구성된 프런트 마스크,바디 컬러의 사이드 실, 리어 스포일러, R-스포츠 로고가 새겨진 트레드 플레이트와 스티어링 휠, 그리고 대시보드의 형상으로 구분된다.

이날 시승의 절반을 차지한 가솔린 모델 20t 프레스티지는 엔진을 빼면 차체의 크기와 편의 및 안전 사양의 구성이 디젤 모델과 다르지 않다.

1999cc I4 DOHC 터보 가솔린 엔진은 200마력(5500rpm)의 최고출력과 28.6kg.m(1750~4000rpm)의 최대토크를 낸다. 연비는 시승일 당시까지 인증을 받지 못해 공개되지 않았다.

XE는 성능 제원이 보여 주듯 동급 가솔린 터보 엔진 중에서는 비교적 높은 수준의 수치를 갖고 있다. 그러나 빠른 출발을 할 때 터보 고유의 랙이 완전하게 잡히지 않았다. 반면 부드럽고 정숙한 승차감은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럽다.

 

꼼꼼하고 정성스럽게 마무리 된 인테리어

4750mm의 적당한 길이에 프런트 마스크를 과장되게 키운 재규어 디자읜 특징은 여전하다. 여기에 경사진 윈드 스크린과 짤룩한 허리선이 주는 주는 섹시미가 보는 사람의 기분을 좋게한다.

고급 소재로 마감된 인테리어의 질감도 눈에 띄게 좋아졌고 편의사양의 개수도 많아졌다. 클러스터에 다양한 컬러와 그래프를 적용해 정보별로 구분이 쉽도록 한 것이나 하나의 레이아웃으로 구성된 센터페시아의 간결함도 개인적으로 마음에 든다.

시동을 걸고 브레이크를 밟고 가볍게 누르면 불쑥 튀어나오는 다이얼식 시프트, 센터페시아의 민트색 배경 조명, 도어 안쪽에서 대시보드까지 하나로 연결되는 라인까지 재규어의 독창적인 요소들도 가득하다.

다이얼 시프트 바로 아래에는 에코모드와 컴포트모드, 그리고 스포츠 모드를 설정하는 버튼이 자리를 잡았다. 스포츠모드에서의 주행 특성 변화는 궃은 날씨로 정확하게 느낄 수 없었지만 가속페달의 응답성은 확실하게 달라진다.

8인치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 열선 스티어링 휠, 전 시트에 적용된 열선 등의 편의사양이 반영됐고 뒷 좌석은 40:20:40 폴딩을 통해 다양한 수납공간을 만들 수 있다. 반면 후석 센터 터널이 크고 높아 2열에 3명이 탑승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총평]재규어는 프리미엄 브랜드답지 않게 거칠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승차감도 그렇고 외관과 인테리어는 화려했지만 꼼꼼한 매무새의 마무리가 경쟁 브랜드와 비교됐다. 

이안 칼럼의 디자인에 열광을 하면서도 국내 반응이 미지근했던 이유다. 그러나 인제니움 엔진이 나오고 완성차 가운데 가장 많은 알루미늄 소재를 적극 사용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실내외의 촘촘한 마무리뿐만 아니라 섀시의 견고함, 여기에 동력성능까지 부드럽고 강해지면서 새로운 주목을 받고 있다. BMW,메르세데스 벤츠 등 국내 수입차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프리미엄 브랜드보다 최근의 성장율이 더 높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세상의 모든 길을 지배하겠다는 재규어의 포부가 새로운 엔트리 모델 XE가 실현 시켜 줄 수 있을지 기대된다.

[강원도=강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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