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5 디젤이 파사트의 대안은 아니다

  • 입력 2015.07.24 08:51
  • 수정 2015.07.24 12:11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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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를 어기고 먼저 K5 1.7 디젤에 몸을 실었다. 앞서 출시된 쏘나타와 다르게 처음부터 디젤을 염두에 두고 세팅된 특성을 경험하고 싶어서다. 2.0 가솔린과 번갈아 가며 직접 운전이 허락된 전체 시승 구간은 경기도 고양 엠블 호텔에서 송추IC 인근까지의 33km에 불과했다. 차량의 특성을 전반적으로 이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거리다.

따라서 거칠게 다뤄봤다. 정지상태에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보기도 하고 시원하게 뚫린 서울외곽순환도로에서는 높은 속도를 내며 강하고 거칠게 압박을 했다. 결론은 이렇다.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폭스바겐 파사트나 독일산 디젤차를 사려던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대안 정도로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첫 느낌에 불과하고 자세하게 알아 갈수록 어떤 변수가 생길지는 몰라도 적어도 이날 K5 1.7 디젤은 디자인과 이런 저런 사양의 구성, 그리고 달리는 맛에서 독일산 디젤과 대등한 수준의 상품성을 보여줬다.

 

디테일한 변화로 완성도를 높인 디자인=과거 새로운 모델을 내 놓을 때마다 파격적인 변화에 집착했던 기아차 디자이너들은 피터 슈라이어의 영입과 함께 조금씩 다듬어가며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따라서 전체적인 실루엣으로 신형 K5의 변화를 단박에 읽어 내기는 쉽지 않다. 

시승차인 모던 익스트림(MX)의 전면부는 헤드라이트와 라디에이터 그릴을 일체형으로 바꿔 차폭을 더 넓게 그리고 안정감있게 변경했다. 여기에 3개의 LED로 구성된 안개등, 달라진 인테이크 홀로 위압감을 살렸다.

측면은 글래스로 마감된 C필러의 창을 통해 실내에서의 개방감을 높이는 동시에 차체가 좀 더 길고 역동적으로 보이도록 했다. 이전에 없던 윈드 쉴드 몰딩도 보인다. 멋스러움에도 도움이 되고 풍절음을 줄이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후면부는 테일램프를 차체의 끝 부분에서 휀다까지 적당하게 이어주면서 안정감을 살렸다. 아우디와 BMW의 느낌이 살짝 묻어 나기는 하지만 충분한 개성도 담고 있다.

 

겉 보다는 실내의 변화가 더 크다. 전체 레이아웃은 비슷하지만 새로운 편의사양들이 대거 추가됐기 때문이다. 운전석에 앉을 때 눈에 띄는 건 조수석 시트의 윈쪽에 자리를 잡은 워크인 디바이스 버튼이다.

조수석 시트를 탑승자가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조절해 주는 매너가 가능해졌다. 시트는 더 많은 설명이 필요하다. 시트 프레임에 고장력 강이 사용됐고 백 판넬의 형상에도 변화를 줬다.

쿠션 파이프를 보강하고 비대칭 레일과 직하 마운팅을 통해 단단해야 할 부위는 단단하게 부드럽고 안락해야 할 부위는 소프트하게 다듬어놨다. 조수석은 물론 뒷 열에 앉아도 기분이 좋고 편한 승차감이 계속 유지되는 이유다.

스마트 폰 연동이 가능한 8인치 네비게이션은 후방카메라도 함께 담고 있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시스템, 상향등을 켜고 야간 운전을 할 때 전방 차량이 감지되면 알아서 하향등으로 전환해 주는 스마트 하이빔, 차간 거리를 스스로 조절해가며 차선을 유지하고 주행하는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도 적용이 됐다.

 

파사트 이상의 주행 질감, 대안보다는 경쟁 상대=이날 1.7 디젤과 함께 시승한 2.0ℓ 가솔린은 최고 168마력, 최대토크 20.5㎏·m를 발휘한다.

최고출력은 이전 세대보다 4마력이 떨어졌지만 달리는 맛에서는 스티어링 휠의 응답성을 높이고 서스펜션의 재설정, 그리고 51%로 강화된 고장력 강판 비중으로 견고해진 하체 덕분에 주행 안정감이 한결 좋아졌다.

1.7 디젤은 최고 141마력(4000rpm)의 출력과 최대 34.7㎏·m의 토크를 발휘한다. 출력과 토크의 수치는 폭스바겐 2.0TDI보다 우세하다.

또한 17500rpm~2500rpm의 넓은 토크 밴드로 출발을 하는 순간부터 7단 DCT와 함께 길게 강력한 힘을 유지하며 차체를 밀어 내는 것도 인상적이다. 빠른 응답, 직관적인 엔진의 경쾌한 울림과 반응이 주는 느낌은 파사트에서 경험했던 것과 다르지 않다.

 

여기에다 7단 DCT를 조합해 매끄럽고 효율적인 변속을 이뤄낸다. 이런 특성들이 정숙성과 어울려 발휘되는 주행질감은 유수의 독일산 디젤 세단들보다 우세했다.

특히 정숙성에 있어서는 가솔린 세단과 혼돈이 될 정도로 높은 수준의 소음 저감을 실현했다. 기아차는 디젤 차량의 단점인 소음과 진동을 줄이기 위해 원턴 구조 바디 웨더 스트립을 적용, 외부 소음의 실내 유입을 차단 했다.

또한 차체 하부의 대부분을 언더 커버로 덧 대고 전 후륜 멤버 부시의 크기를 늘리고 대시부에 흡차음재를 대거 사용해 엔진 소음의 실내 유입도 차단했다. 웨더 스트립은 도어 등의 틈새로 외부 소음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덧 댄 플라스틱이나 고무 재질, 그리고 멤버 부시(부싱)은 자동차를 지지하는 여러 부품의 마찰이나 소음 등을 막기 위해 사용하는 고무 등을 말한다.

제원상 연비는 복합 16.0㎞/ℓ, 도심 14.8㎞/ℓ, 고속도로 17.8㎞/ℓ(18인치 휠 기준)다. 과격한 시승에서는 여기에 미치지 못했지만 차분하게 차를 몬 다른 운전자들은 더 높은 연비를 기록하기도 했다.

 

<총평> K5 1.7 디젤의 상품성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훌륭했다. 많은 이들이 국산 디젤의 완성도를 믿지 못하고 있지만 오랜 공을 들인 만큼의 품질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타 보면 안다. 신형 K5의 가격은 2.0ℓ 가솔린 2245만원부터 2870만원, 1.7ℓ 디젤은 2480만부터 최고 트림이 292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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