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팔라는 쉐보레의 히든카드가 될 수 있을까

  • 입력 2015.06.17 07:58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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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이 쉐보레 라인업에 임팔라를 투입한다는 소문은 현실이 됐다. 8월 출시를 예상하는 구체적인 얘기가 나왔고 이러면 준대형 시장에 격전이 벌어 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현대차 그랜저, 기아차 K7과의 격전은 쉐보레도 기대를 하고 있는 눈치다. 경쟁자들이 워낙 강한 상대니까 뭔가 주고 받을 정도 였다는 사실만으로 체면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임팔라에 대한 기대가 큰 것은 당연하다. 1958년 이후 10세대를 거치며 57년 동안 끈질기게 생명력을 유지해 온 쉐보레의 대표적인 대형 세단이고 미국에서 연 평균 15만대 이상 팔린 글로벌 베스트 셀러다.

한국지엠이 들여 올 임팔라는 미국 버전을 기준으로 2.5ℓ, 3.6ℓ 가솔린 엔진에 6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된 LT 트림이 유력하다. 그러나 임팔라가 쉐보레의 히든카드 역할을 해 낼 수 것인지는 의문스럽다. 우선은 국내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만한 가격대를 정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임팔라는 국내에 들여 올 것으로 예상되는 LT트림이 미국에서 3만 135달러에서 3만 1110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가장 낮은 트림 LS는 2만 7885달러다. 안전 및 편의 사양은 다양하게 갖춰놨다.

쉐보레 마이링크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후방카메라와 전방추돌경고장치. 10-에어백 등 좋은 사양들이 있지만 대부분은 패키지로 묶여 있는 선택사양이다.

관행상 임팔라의 국내 판매 버전은 795달러(네비게이션)에서 많게는 890달러(안전)짜리 패키지가 더해진 풀 사양으로 최소 3만 5000달러짜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돈 3900만원이고 이렇게 되면 최종 국내 판매 가격은 4000만원 이상으로 예상된다.

그랜저는 2.4 가솔린이 3024만원이고 3.0 최고급 트림인 익스클루시브 스페셜이 3828만원이다. 내비게이션 패키지를 따로 선택해도 미국에서 팔리고 있는 임팔라 최고급형 2LTZ 3만 6265달러(4057만원)보다 싸다.

2016 임팔라

배기량이 그랜저보다 높은 3.6리터의 엔진을 올리기는 했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가격 부담을 해소하기는 충분치가 않다. 미국산 세단에 수입차라는 프리미엄이 붙기 힘들다고 보면 가격 경쟁력을 갖기가 쉬워 보이지 않는다.

현대차 관계자 역시 “그랜저가 갖고 있는 브랜드 파워와 상품성 등을 모두 고려했을 때 임팔라의 경쟁력은 우리가 의식을 하고 대응을 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임팔라의 등장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도 숨기지 않았다.

알페온과 성능과 가격, 소비층에서 상당 부분 겹친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한국지엠은 알페온을 당장 철수 시킬 생각도 없다고 밝혀 한 집안 경쟁도 불가피해졌다. 따라서 어떤 가격의 묘수를 찾아 낼지가 임팔라의 성공을 가름하는 최대의 난관이다.

또 하나는 대형 세단 시장의 크기가 갈수록 좁혀지고 있다는 점이다. 올 들어 1월부터 5월까지의 차종별 판매 현황을 보면 세단 비중은 전년 동기 대비 6%나 줄었다. 5월 한 달만 보면 13%나 급감을 했다.

이 가운데 임팔라가 속한 준대형 차급은 안정적이기는 하지만 성장세는 제자리다. 시장이 커질 조짐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임팔라가 그랜저와 K5의 빈틈을 찾기가 쉬워 보이지 않는다.

임팔라의 북미 시장 성적표도 좋지가 않다. 5월에는 1만 1506대로 지난 해 같은 달보다 13.8%가 줄었고 1월부터 5월까지의 누적 판매 대수도 지난 해 같은 기간 6만 4121대에서 올해에는 22.5%나 감소한 4만 9665대를 기록했다.

임팔라가 갖고 있는 상품성과는 별개로 여러 지표들이 주는 전망은 이렇게 밝지가 않다. 한국지엠은 옛 GM코리아 시절부터 들여 온 완제품들로 재미를 본 사례가 없다. 베리타스도 그랬고 알페온도 사실상 참패를 했다. 따라서 임팔라를 연간 1만대 이상을 팔아 국내 생산까지 검토를 해 보기 위해서는 매우 치밀한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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