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호버리의 공간미학 '볼보 XC70 AWD'

  • 입력 2015.06.17 07:49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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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김새가 촌스럽다. 부분적으로는 볼만해도 세단을 잡아 늘리고 높인 듯한 어색한 구성을 굳이 감추지도 않았다. 볼보자동차 XC70은 1996년 처음 소개된 1세대 V70 이후 근 20년 동안 이렇게 처음 그대로의 디자인 컨셉을 고수하고 있다.

1999년 페이스 리프트가 한 차례 나왔고 2000년 나온 2세대가 2003년부터 XC70으로 이름을 바꿔 달고 2007년 지금의 3세대가 나왔지만 여전히 촌스럽다.

그런데 이 촌스러운 차의 2세대 버전은 영국 왕립예술대학(RCA) 출신의 세계적인 디자이너 피터 호버리의 작품이다. RCA가 배출한 명명한 디자이너들 가운데 최고라는 사람이다. 촌스럽게 보는 스스로가 우매하다는 것을 인정해 버린 셈이다.

호버리는 휠 베이스를 늘리고 실내 공간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측면에서 보면 기이할 정도로 길게 보이지만 살짝 비틀면 세단의 날렵함이 엿 보인다. 위, 아래 그리고 가깝고 말게를 반복해 보면 그제서야 눈이 트인다.

 

그러면서도 아이언맨 라디에이터 그릴, 대형 앰블럼, 전면 안개등과 후면 리플렉터 주변 ‘ㄱ’자 형태의 메탈, 길게 빼낸 후드와 낮은 전고, 무엇보다 수직에 가까운 D필러 각도로 볼보자동차 SUV의 특징을 살려놨다.

인테리어는 다른 모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테마에 따라 배경색과 표시되는 내용과 방법이 달라지는 계기반, 오디오와 내비게이션, 공조장치를 조절하는 버튼과 전화기 숫자 버튼이 복잡하게 자리를 잡은 센터페시아의 구성도 다르지 않다.

볼보는 왜 이 복잡하고 쓸모없는 숫자 보드를 고집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단 한 번도 1에서 0, 그리고 샵(3)과 별(*)표시까지 있는 이 숫자 보드를 사용한 적이 없고 사용할 일도 없어 보인다. 당장 없애고 그 자리를 좀 더 단순하고 유용하게 꾸며보기를 권한다.

스티어링 휠에는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과 큐 어시스트, 그리고 오디오의 음량과 채널을 전환할 수 있는 버튼이 자리를 잡았다. XC70의 크루즈 컨트롤은 30km/h부터 200km/h내에서 설정된 속도로 차량을 운행을 하고 레이더 센서가 전방 상황을 모니터링 해 앞 차량과의 거리를 설정된 거리로 유지해준다. 정체된 도로에서 아주 유용하고 편한 기능이다.

 

XC70 최고의 장점은 공간이다. 차체의 길이는 4840mm, 그리고 너비는 1875mm로 동급 모델과 비슷하지만 2815mm로 확보된 휠 베이스는 실내 공간을 최대한 여유있게 확보했다.

스칸디나비아의 공간미학과 감성을 제대로 살려놨다. 1열과 2열에 확보된 무릎 공간은 덩치가 커도 여유있게 확보된다. 어린이를 위한 부스터 시트가 기본 적용됐고 자유롭게 폴딩(40:20:40) 가능한 2열 시트에는 에어벤트가 따로 설치됐다.

트렁크는 다양하게 변하고 넉넉한 용량을 갖고 있다. 2열은 물론 1열 동승자석까지 평평하게 접을 수 있어 기다란 스키를 싣는데도 문제가 없고 트렁크에는 화물이 움직이거나 쏠리지 않도록 짐 커버와 칸막이, 바닥의 해치와 장바구니 홀더, 그리고 오토캠핑 등에 유용한 전원소켓도 따로 보인다. 플로어 매트를 걷어 올리면 그 아래로 또 다른 수납공간이 숨어있다.

XC70은 최고출력 215마력을 내는 직렬 5기통 2.5L 트윈 터보 디젤 엔진과 기어트로닉 6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했다. 구동방식은 할덱스(Haldex) AWD 시스템으로 전천후 주행이 가능하다. 그런데 볼보의 디젤 세단과 다르게 큰 소리를 낸다. 정지해 있을 때의 진동, 그리고 가속페달을 조금씩 밟아 속도를 올리면 여기에 따라서 배기음의 크기가 따라 커진다.

 

그래도 기분이 좋은 이유는 일관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디젤 엔진의 고르고 규칙적인 소리를 좋아하는 취향도 있다. 차체의 크기가 만만치 않고 또 2톤에 가까운 1940kg의 중량, 그리고 많은 짐을 소화해야 하는 힘은 충분하게 갖고 있다. 최고 출력과 최대 토크는 215마력(4000rpm), 44.9kg.m(1500~3000rpm)로 넉넉하다. 최대 토크의 범위가 아주 넓다.

아주 빠르게 시작해서 비교적 길게 이어지기 때문에 초반 가속력이 아주 좋다. 어떤 포지션에서도 차체를 여유있게 밀어내고 엔진의 파워를 낭비하지도 않는다.

핸들링과 엑셀레이터의 반응은 무난한 수준이다. 빠르고 민첩하기 보다는 약간 굼뜨고 느리게 반응해도 차체의 거동은 안정감이 있다, 코너링에서의 한계는 분명히 있다. 속도를 줄이지 않으면 차선을 아슬아슬하게 타고 넘어 갈 때도 있다. 크로스 컨트리 장르라는 것으로 이해를 해야 했다.

낮은 엔진회전 영역대부터 토크가 발휘되면서 일상적인 주행은 힘차게 출발을 한다. 이런 얌전한 운전이 무료해서 패들 시프트 또는 스포츠 메뉴얼, 퍼포먼스 모드로 눈길을 돌려 보지만 주행 감성까지 완벽하게 바뀌지는 않는다. 섀시는 전륜 맥퍼슨 스트럿, 후륜 멀티링크로 구성이 됐다. 서스펜션은 조금 딱딱한 편이어서 과속방지턱과 같은 도로의 요철을 강하게 받아들인다.

 

표시된 연비는 11.1km/L로 일반적인 디젤차보다 낮았다. 거칠게 몰아서인지 대강 몰아도 표시연비를 넘기는 것이 보통인데 400km/l를 정도 달린 후, 공교롭게도 표시된 연비 수치가 같았다. 예방 차원의 확장된 안전 장치들도 눈에 띈다. 시속 50km의 속도까지 돌발상황에서 브레이크를 밟지 않으면 자동으로 제동을 시켜 추돌을 방지하거나 충격을 완화해주는 시티 세이프티가 적용됐다.

여기에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및 큐 어시스트, 충돌 경고 및 오토브레이크, 보행자 및 자전거 이용자 감지 시스템, 차선이탈 경고 (LDW), 도로의 속도제한 표지를 인식하는 다양한 안전사양들이 즐비하다. 시승차인 XC70 AWD D5의 가격은 6180만원, 2.0 엔진을 올린 D4는 578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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