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세게 해도 안 팔리는 비운의 자동차들

  • 입력 2015.06.03 12:14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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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리지 않는 자동차에 어떤 이유가 있는지 몇 몇 아는 영업사원들에게 물었다. 상품성 문제 얘기가 나오고 시류를 잘못 태어났다거나 또는 철 지난 물건을 본전 뽑겠다며 너무 오래 억척스럽게 버티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잘 만들어 놓은 차가 팔리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 모델도 몇 개는 있다고 했다.

 현대차 i40 

현대차 영업 사원이 가장 안타깝게, 그리고 안 팔리는 이유를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한 차는 ‘i40’이다. 가솔린에 디젤, 왜건에 세단까지 현대차 라인업 가운데 선택의 폭이 가장 넓고 경제성, 효율성 좋은 이 차가 팔리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한다. 그는 얼마 전 타던 차 그랜저를 처분하고 i40 살룬을 구입했고 자신의 가족 중 이 차를 타는 사람이 두 세명 더 있다고 했다. 

i40가 갖고 있는 장점은 많다. 1.7 VGT에 7단 DCT를 올린 디젤 모델은 복합연비가 16.0km/ℓ(16인치 휠 기준), 2.0GDI도 11.5km/ℓ 나 된다. 첨단 주행 보조 및 안전, 그리고 편의 사양까지 감안하면 동급의 수입 중형 세단 또는 왜건과 비교해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셈이다.

하지만 성적은 초라하다. i40는 올해 1월부터 5개월까지 모두 합쳐 가까스로 1000대를 넘겨 판매했다. 총 1026대를 팔아 한 달 평균 200대 수준에 그쳤다. 자존심이 상하는 얘기지만 비슷한 차급의 쉐보레 말리부는 같은 기간 6500대나 팔았다.

i40는 구매자나 소유자나 보유 만족도가 꽤 높은 모델이다. 그런데도 판매로 연결되지 않은 이유는 가격과 소극적인 마케팅 때문이다. 깍아주기 보다는 획기적으로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찾아봐야 한다.

 기아차 쏘울

기아차는 박스카 쏘울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해외 시장, 특히 북미 시장에서는 닛산 큐브 등이 포진해 있는 박스카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릴 정도로 높은 상품성을 인정 받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찬밥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쏘울의 내수 실적은 초라하다. 올 해 누적 판매량은 1499대에 그쳤고 매월 300여대 이상이었던 평균 판매 대수가 지난 달에는 260대로 급락했다. 반면 미국에서는 2009년 첫 진출 이후 지난 4월까지 누적 판매 50만대를 돌파했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박스카 부문에서는 독보적인 존재감도 과시하고 있다.

기아차 영업사원은 “쏘울을 사겠다고 상담을 하던 고객 대부분이 만족스러워하지만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는 일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차량를 구매하는 주 연령층이 30대 중반 이상인데 쏘울의 강한 디자인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면서 “무엇보다 차량 구매 연령대가 높아지는 것이 쏘울 판매 부진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고 나름의 분석을 내 놨다.

 쉐보레 아베오

쉐보레 대리점 사장은 아베오의 부진을 가장 안타깝게 생각했다. 아베오는 소닉으로 판매되고 있는 미국에서 젊은층의 엔트리카로 큰 인기를 얻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월 평균 200대를 간신히 넘겨 판매되고 있다.

아베오의 올해 누적 판매량은 1137대에 그치고 있다. 국내에서는 가장 강력한 1,4ℓ 터보엔진(최고출력 140ps/최대토크 20.4kg.m)을 탑재. 다이내믹한 운전을 가장 경제적으로 즐길 수 있는 차로 평가되고 세단과 해치백까지 선택의 폭을 넓혀 놨지만 판매로는 연결되지 않고 있다.

이유있는 부진에 빠져 단종될 시기만 노리고 있는 듯한 모델들도 있다. 현대차 제네시스 쿠페의 경우 지난 5개월 동안 111대로 쌍용차 체어맨W(526대)보다 판매 숫자가 적었다.

현대차 베라크루즈(1511대), 벨로스터(602대), 렉스턴(2020대)도 올 해 성적표가 형편없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현대차 i40와 기아차 쏘울, 쉐보레 아베오가 이렇게 부진한 원인은 쉽게 찾아 내기가 힘들다.

따라서 가격에 대한 고민과 함께 전략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좋은 차를 만들어 놓고도 상품성 이외의 문제로 판매가 부진해서는 현재의 자동차 시장에 적지 않은 위기감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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