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이 다른 하이브리드, 도요타 프리우스V

  • 입력 2015.04.28 08:35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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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의 도요타가 만들었어도 프리우스는 데뷔 초기 세계 최초의 하이브리드카라는 의미 말고는 특별한 주목을 받지 못했다. 1997년 출시 당시만 해도 기름값 걱정없이 자동차를 몰고 다닐 수 있었던 사람들이 전기와 내연기관을 같이 사용하고 그래서 연비가 좋다는 이 차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보통의 차보다 비싼 가격은 걸림돌이 됐고 1세대 프리우스는 생김새부터 비호감였다.

‘그것 봐’ 하면서 비아냥이 시작될 무렵, 프리우스가 벌떡 일어 서기 시작했다. 배럴당 15달러 수준이었던 국제 유가가 2000년대 초반 100달러 이상 치솟기 시작하면서다. 경차 선호도가 높은 일본에서 실버 세대를 중심으로 날개 돋힌 듯 팔려 나갔고 기름값에 관대한 미국에서도 지난 2011년 누적 판매 100만대를 돌파할 만큼 잘 나가는 차가 됐다. 2013년에는 출시 16년 만에 글로벌 누적 판매 300만대를 기록했고 도요타 전 하이브리드 라인업이 지난 해 누적판매 700만대를 기록하게 만든 일등공신이 됐다,

 

프리우스의 주력이 될 ‘V’=프리우스는 여전히 일본 내수에서 절대적인 강자다. 하지만 도요타 하이브리드 라인업의 성장세를 이끄는 주역으로 자기 역할은 다하지 못했다. 도요타 스스로도 그렇고 경쟁사들이 더 큰 덩치의 하이브리드 모델들을 내 놓으면서 관심밖으로 밀려났다. 도요타가 프리우스의 체면을 살려 주기 위해 절치부심 끝에 내 놓은 차가 ‘프리우스 V’다. 프리우스보다 더 작은 ‘C’도 있지만 덩치를 키운 ‘V’가 향후 주력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이유는 일상적인 우리의 생활 패턴에 최적화된 효용성이 돋보여서다.

우선 외관부터 이질감이 없다. 2011년 출시된 프리우스 3.5세대도 흔하지 않은 생김새를 갖고 있지만 파생 모델인 프리우스V는 앞 모습을 빼면 해치백의 야무진 실루엣이 강하다. 그렇다고 앞 모습이 유별난 것은 아니다. 센스 넘치는 V자형 그릴, 엣지있는 주간 전조등, 대형 인테이크 홀로 매끈하고 단정하게 다듬었다.

B필러까지 완만한 경사로 이어지는 A필러가 돋보이는 옆모습 역시 꽤 역동적이다. 기존 프리우스의 DNA가 가장 많이 전이된 뒷모습은 자세를 높여 묵직하고 안정적인 자세를 갖게 했다. 또 사이드 미러의 미러캡 디자인을 변경해 방향지시등을 품도록 했고 여기에 전동접이식 편의 기능까지 추가했다. 반면 외관에는 크롬이나 몰딩, 서라운드와 같은 사치를 배제하고 담백하게 꾸몄다.

 

동급 준중형보다 넉넉한 실내=차체의 길이는 기존 프리우스보다 165mm 늘어 4645mm가 됐다. 작은 수치지만 시각적으로 분명한 차이가 난다. 옆에서 보면 더 그렇다. 덕분에 실내 공간에 영향을 주는 휠 베이스를 2780mm나 확보했다. 국산 대표 준중형 현대차 아반떼의 2700mm보다 큰 수치다. 1열 시트를 잔뜩 뒤로 밀어 널찍한 공간을 만들어도 2열 탑승자의 무릎 공간이 충분하게 확보되고 기본 968리터, 2열을 폴딩하면 1905 리터까지 트렁크 공간이 확보된다.

장난감 같은 시프트 노브, 계기반을 센터페시아 상단에 배치한 것은 기존의 프리우스 라인업과 다르지 않다. 독특한 시프트의 작동 방법도 그대로다. 왼쪽 오른쪽 위 아래 툭툭 치면 전기식으로 작동되는 시프트는 변속 신호를 전기로 전달하기 때문에 쉽고 빠르게 반응하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손에 잡히는 느낌이나 조작을 할 때 감흥은 없다. 그리고 어색하다. 자주 바라봐야 하는 계기반이 운전자의 위치에서 보면 오른쪽으로 쏠려 있고 상하폭이 작아 시인성은 뛰어나지 않다. 습관이 되기 전까지는 주의를 해서 조작하고 바라보고 인식을 해야 한다.

핸들을 가볍게 건드리기만 해도 도어가 잠기고 살짝 잡으면 열리는 터치 센서가 있고 크르즈 컨트롤, 도난 방지 장치인 이모빌라이저 시스템, 투명한 하늘이 보이는 파노라마 루프와 같은 이런 저런 편의 사양들도 눈에 뛴다. 파노라마 루프에는 태양열 에너지를 이용해 실내 공기를 쾌적하게 해 주는 솔라 패널이 숨겨져 있다. 다른 차에는 없는 차별화된 사양이다. 국내용으로 특별 제작했다는 내비게이션과 후방 카메라 모니터도 적용이 됐다.

 

야무진 운전에 23km/l 연비로 보답=파워트레인은 1.8리터 직렬 4기통 2ZR-FXE와 모터로 구성됐다. 엔진에서는 99마력(5200rpm), 모터에서 82마력의 출력을 보태 총 시스템 출력이 136마력이다. 이만한 동급의 준중형 가솔린이나 디젤 모델과 비슷한 수준이다. 최대토크는 엔진에서 14.5kg.m(4000rpm), 모터에서 60kW가 나온다. 하이브리드카가 어떤 방식으로 구성됐고 어떻게 구동되는지는 이제 설명을 하는 쪽이나 듣는 쪽이나 귀찮은 것이라고 생각해서 생략한다.

다만 프리우스V는 일반적인 하이브리드 차량과 다른 점이 있다. 대부분 병렬식인 다른 모델과 달리 2개의 모터와 제네레이터를 달아 주행 중에서 배터리가 충전되는 직병렬 혼합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했다. 제동을 하거나 타력 주행을 할 때 이 에너지로 배터리를 충전하는 일반적인 방식과 다른 점이다. 이 때문에 프리우스V의 공인 연비는 17.9km/l나 된다. 동급 최고인 것은 물론이고 2명이 짝을 이룬 미디어 시승에서 기자가 탄 차량이 기록한 수치는 믿거나 말거나 23km/l를 넘었다.

도심에서 얌전하게 타고 다니면 더 좋은 연비도 가능해 보인다. 프리우스 V의 도심 연비는 18.6km/l인 반면 고속도로가 17.1km/l다. 도심에서 더 좋은 연비, 이것이 바로 하이브리드카의 별미다. 비교적 높은 수치의 연비를 기록 할 수 있었던 것은 프리우스V가 갖고 있는 기본기에 주행 중 연료 사용량, 충전 상황, 구동 상태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해 볼 수 있는 에코 드라이브 모니터를 꼼꼼하게 확인하면서 정속주행을 한 파트너 운전자의 수준 높은 경제 운전 습관이 큰 몫을 했다.

 

모르는 소리, 잘 치고 나간다=하이브리드카와 관련된 얘기를 하다보면 항상 연비는 좋을지 몰라도 잘 달리지는 못할 것 아니냐는 의문 그리고 질문이 붙는다. 모르는 소리다. 경사로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다른 차를 쉽게 추월하고 가속페달을 힘껏 밟으면 제법 거친 소리를 내면서 튕겨져 나가듯 빠르게 반응하는 맛이 있다. 초기 발진의 감성이 가솔린이나 디젤 차량보다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나머지는 도요타의 일반 차들이 갖고 있는 주행 능력을 그대로 갖고 있다.

회전구간에서 차체의 밀착력도 뛰어나고 이런 구간을 탈출해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시간도 빠르게 이뤄진다. 핸들링과 라이드 감성을 끌어 올린데는 도요타 엔진니어들의 기발한 생각들이 기여를 했다. 조향감에서 우세한 맥퍼슨 스트럿 전륜 서스펜션을 배터리를 실어 무거워진 차체를 잘 견디도록 별도로 튜닝을 했고 스티어링 기어박스를 바로 연결해 응답성을 높였다. 스티어링 기어비를 18.1로 조절해 휠로 전달되는 진동을 획기적으로 줄인 것 역시 아늑한 승차감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됐다.

EV, 에코 모드와 함께 있는 파워 모드를 연비 손실을 감수하고라도 선택하면 가솔 페달이 민감해지면서 파워플한 주행의 재미를 즐길 수도 있다.

 

주목해야 할 변화, 디젤을 앞지른 증가세=도요타가 하이브리드를 고집하는데는 나름의 분명한 철학이 있다. 솔직히 말해 독일산 디젤 엔진의 우수한 성능을 따라 잡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있기는 해도 디젤은 친환경이 아니라는 확신, 하이브리드 기술의 발전으로 충분해진 효율성, 또 시장이 원하는 어떤 차도 만들 수 있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같은 혁신적인 친환경차로 발전 시켜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철학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먹혀들지 않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독일산 디젤차에 열광하고 있고 수입차 시장도 그 쪽으로 상당하게 기울어져 있다. 그런데 한편에서 주목할 수치가 나왔다. 올해 들어 1월부터 3월까지의 수입차 판매 실적을 보면 하이브리드카 증가세는 56.5%로 디젤차(28.8%)를 크게 넘어 섰다.

어떤 서곡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시장에서 디젤차 또는 하이브리드카를 바라보는 인식에 변화가 생긴 것은 분명하다. 그 변화를 프리우스 V가 주도할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가 있겠다. 프리우스V는 단일 트림에 가격은 388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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