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는 없는 車, 중국에서는 통했다

  • 입력 2015.04.22 08:00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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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중국] 중국 자동차 시장은 지난 해에도 10% 이상 고성장을 했다. 예년에 비해 성장세가 많이 줄어 들었지만 여전히 급증세로 볼만하다. 현지 로컬 업체를 포함하면 중국 내 제조사는 60여개 정도다. 제대로 된 업체의 수만 그렇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합자사들간은 물론이고 이를 통해 기술을 쌓아 온 로컬 업체들도 이제는 위협적인 존재가 됐다.

상하이모터쇼에서 만난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단품으로만 봤을 때 웬만한 종류의 자동차 부품은 차이가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고 말했다. 조립, 부품 상호간 호환, 내구성 등에서 부족한 점이 많지만 과거와 달리 의식을 해야 하는 수준이 됐다는 것이다. 다행스럽게 중국에서 현대차와 기아차에 대한 현지 시장의 반응과 소비자들의 신뢰도는 생각 이상으로 높다. 현지인들은 "비싸기만 한 유럽차보다 싸기는 해도 고장이 잦은 우리 차보다는 제 값을 하는 현대차가 최고”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현대ㆍ기아차는 폭스바겐, GM, 포드 등 경쟁업체들보다 늦은 2002년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짧은 기간이지만 현대ㆍ기아차는 단기간에 급성장을 했고 '현대속도’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냈다. 이달 초에는 중국 진출 13년만에 누적판매 1000만대를 달성, 최단 기간 최대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중국 현지 주재원들이 “자신들 스스로도 놀랐다”고 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한 배경은 현지형 차량 개발 전략이 먹혀 들어간 때문이다. 중국 시장을 위해 개발한 현대차 밍위와 엘란트라는 출시 2년 만에 판매 순위 5위, 2005년에는 4위에 올랐다. ‘현대속도(現代速度)’라는 신조어가 나온 것도 이 때다. 기아차 역시 2002년 둥펑기차, 위에다기차와 함께 3자 합자로 설립한 ‘둥펑위에다기차’가 2002년부터 국내 구형 엑센트 개조차인 ‘천리마’를 출시해 성공적인 출발을 했다.

중국시장 진출 첫 해인 2002년 3만 1907대라는 초라한 성적에 만족해 했던 현대ㆍ기아차는 불과 4년만인 2006년 누적판매 100만대를 돌파했고, 2010년부터는 연간 판매대수가 100만대를 넘어서며 매년 연간 판매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현대ㆍ기아차는 176만 6084대(현대차 112만 48대 / 기아차 64만 6036대)를 판매해 폭스바겐, GM에 이어 중국시장 3위권 자동차 그룹으로 확실한 자리매김을 했다.

 

중국 소비자들의 트랜드에 맞춰 장사가 되는 차종을 적기에 빠르게 내 놓은 것도 성공 요인이다. 2002년 천리마와 밍위 이후 엘란트라, 위에둥, 쎄라토 등 현지 여건에 맞춰 투입한 모델들이 중국 시장의 소형차 붐을 타며 불티나게 팔렸다. 예를 들어 대표적인 중국 현지전략형 차종으로 손꼽히는 ‘위에둥(HDc)’은 국내에서 먼저 선보인 아반떼HD를 중국 현지인들의 취향에 맞춰 개발했다.

차체 크기를 늘리고 디자인을 화려하게 변형하고 현지인들이 선호하는 편의사양을 적용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위에둥은 출시 한지가 8년이 됐지만 월 1만대 가량 판매되는 등 인기가 식지 않고 있다. 2013년 8월 신형 아반떼(MD)를 현지전략형으로 개조한 ‘랑둥’ 역시 현지인들의 마음을 사로 잡고 있다.

랑둥은 위에둥과 베르나(RBc)에 이어 3번째로 연간 20만대를 넘긴 모델이 됐고 2014년 25만 2338대를 판매, 폭스바겐 라비다에 이어 ‘C2-미드(Mid)’ 세그먼트 2위를 기록했다. 최근 C세그먼트 시장은 성장세가 주춤한 상황이지만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절반에 가까운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만큼, 현대차는 랑둥을 매년 20만대 가량 판매하는 동시에 ‘C2-로우(Low)’ 세그먼트의 위에둥 역시 매년 16만대 이상 병행 판매해 주력 시장에서의 위상을 확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기아차 역시 준중형차 시장에 중국전용 모델인 K2를 2011년 투입한 데 이어 이듬해에는 글로벌 준중형차인 K3의 개조차를 투입해 올해 3월까지 각각 53만 8998대, 38만 3872대를 판매하는 등 준중형 시장에서 100만대 판매를 눈 앞에 두고 있다. 현대ㆍ기아차는 현재 급증하고 있는 SUV 시장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SUV 라인업이 탄탄하고 지난 해 출시한 ix25는 올해 중국 전체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중국인들의 입맛에 맞도록 현지화된 모델들을 최대한 빠르고 신속하게 내 놓을 수 있었던 것이 현대ㆍ기아차의 성장세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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