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으로 가득찬 차량 급발진 사고, 대책 절실

  • 입력 2015.04.21 11:23
  • 기자명 박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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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전문 리서치회사인 마케팅인사이트가 자동변속기 차량 운전자 1207명에게 급발진 경험 여부에 대해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직접 경험한 적이 있다’ 2%, ‘타인 운전 차량에서 유사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6%, ‘어떤 경험도 없다’가 92%로 소수 만이 급발진으로 추정되거나 유사한 사건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상당수 운전자는 자신에게도 급발진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자신이 운전하던 중 ‘급발진’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 조사한 결과 6명 중 1명(16%)은 ‘얼마든지 있다’, 5명 중 2명(38%)은 ‘확률은 낮지만 틀림없이 있다’고 답했다. 운전자의 과반수(54%)는 언제든지 자신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었으며, 반면 ‘전혀 없다’는 답은 단 5%에 불과했다.  

운전자의 대부분은 급발진은 실제로 있으며, 원인은 ‘자동차의 기계적/전자적 결함 때문(85%)이지 운전자가 ‘자신의 실수를 감추려 떼를 쓰는 것’(8%)으로 보지 않는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자동차 회사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83%), 사고에 대한 판결이 모두 ‘운전자 과실’로 나는 이유는 ‘법이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되어 있기 때문’(90%)이라고 보았다. 이는 압도적 다수가 급발진의 원인이 자동차에 있으나, 불리한 법 때문에 운전자 과실로 몰리고 있다고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만일 응답자 자신이 급발진 사고의 당사자가 됐을 경우 ‘가장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 무엇이라고 보는 지 17개 항목을 제시해 물었다. 그 결과 ‘차 안의 블랙박스’가 43%로 1위를 차지 했으며, 그 다음은 ‘차 안의 전자기록 장치(ECU, EDR 등)’(22%), ‘주변에 있는 CCTV/목격자’(10%), ‘급발진 관련 민간단체’(7%), ‘소비자 보호단체’(5%)의 순으로 나타났다.

 
운전자의 75%가 가장 믿을 만한 것은 사건 순간을 기록한 장치를 지목했으며, 그 다음 12%가 민간 소비자단체를 꼽았다.  원인제공자로 간주되는 자동차제작사는 물론, 정부·사법부·경찰·언론·보험회사 모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으로 소비자는 보고 있었다.

최근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는 인터넷 동호회나 SNS도 도움과는 큰 거리가 있었다. 이 결과는 한국 운전자들이 급발진이라는 예상치 못한 사고를 당해도 믿고 기댈 만한 사람도, 기관도, 법과 제도도 없다는 암울한 현실을 보여준다.

운전자의 입장에서 보면 급발진의 원인이 자동차임이 분명하지만 운전자 실수라는 오명을 쓰고, 억울함을 호소해도 그 누구로부터도 도움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현실이 억울하지만 법과 제도로 도움 받기 어렵고, 안타깝지만 실낱 같은 희망을 걸어볼 것은 블랙박스 밖에 없다.

그러나 아직까지 블랙박스가 공식적으로 도움이 된 적은 없다. 언젠가 어디에선가 진실은 밝혀지게 되어있다. 그 날이 오면 소비자가 감내해 온 불안·불만·불신에 대해 엄중한 책임 추궁이 따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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