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시승기' BMW 220i 액티브 투어러

  • 입력 2015.03.11 08:57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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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뮌헨 서쪽에서 진입하는 A96 아우토반에 들어서자 진눈깨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속도에 대한 갈증을 풀어보겠다며 새벽부터 벼른 작심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를 상황이다. 전날 BMW의 글로벌 시승센터에서 인수한 220i 액티브 투어러도 신중해지기 시작했다. 겨울용 타이어를 꼈지만 눈발은 점점 더 사납고 굵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상을 넘는 기온 탓에 내린 눈이 도로에 쌓이지는 않았다. 이런 날씨에 익숙한 현지 운전자들은 엄청난 속도로 아우토반을 달렸다. 액티브 투어러의 속도를 조심스럽게 150km/h까지 올렸지만 그래도 1차로는 감히 끼어들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잔혹한 시승기로 제목을 단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은 구간별로 제한속도가 해제된 독일 아우토반을 달려야 했다. 알프스의 북쪽 기슭을 타고 돌며 오스트리아와 스위스, 그리고 프랑스 국경을 넘나들어야 하는 코스도 만만치가 않았다. 프랑스와 스위스가 국경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보고 있는 레만호수를 돌아 제네바를 거쳐 뮌헨으로 되돌아오는 1500km의 거리도 부담스러웠다.

 
무엇보다 알프스의 거칠고 험한 도로를 달리는 매 순간마다 변덕스럽게 이어진 눈과 비는 액티브 투어러에게 잔혹한 환경이 됐다. 여기에다 프랑스 와인의 유명 산지인 리생에서 해발 2948m 베르뉴즈의 르 쿠클로스 레스토랑을 오가는 곤돌라 리프트까지 올라가는 험악하고 아찔한 산악도로까지 견뎌내야 했다.

BMW 220i 액티브 투어러가 이렇게 까다롭고 거친 잔혹한 코스를 이겨낸 첫 번째 비결은 이 차가 전륜구동이었기 때문이다. 죽기 전에 꼭 봐야 한다는 독일 남부 뤼센의 노이슈반슈타인 성에서 알프스를 타고 오스트리아 몬타폰까지 이어지는 도로에서 후륜구동 차량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고성능 차량 보다는 험한 도로의 선형과 기후에 잘 적응 할 수 있는 사륜구동이 대부분이다.

또 알프스의 고봉(高峰) 베르뉴즈로 이어지는 도로와 이 곳에 오르는 곤돌라 리프트 주차장도 대부분 사륜구동 차량들이 차지를 했다. 그런대도 BMW의 첫 전륜구동 모델인 액티브 투어러는 모든 난관을 어렵지 않게 헤쳐 나갔다. 험로에서 발휘되는 사륜구동 모델의 능력과 분명한 차이가 있겠지만 전륜, 그리고 겨울용 타이어만으로도 잔혹한 주행환경을 버티어 냈다. 

 
뿐만 아니라 절벽 위 아찔한 코스를 제법 빠른 속도로 진입하고 탈출하는 코너링 능력도 탁월했다. 덕분에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아찔한 쾌감을 경험할 수 있었다. 차체의 거동에도 안정감이 있다. 세단보다 높은 전고(1555mm)를 갖고 있는데도 코너를 돌거나 과격한 핸들링에도 어느 부위에서든 거슬릴 정도의 쏠림 현상은 일어나지 않는다.

뮌헨으로 되돌아오는 길, 아우토반에서 보여준 고속 주행 능력도 만족스러웠다. 시속 200km 이상의 속력에 짧은 순간 도달하고 이런 상태를 장시간 유지해도 전혀 무리가 없었다. 가솔린 엔진을 올린만큼 승차감과 정숙성은 속도의 영역과 상관없이 고르고 조용하다. 특히 제네바의 악명 높은 러시아워 정체 시간을 버티는 엔진의 고른 소리, 오래되고 울퉁불퉁한 돌길을 지날 때도 차체의 흔들림이나 거슬리는 잡소리도 전혀 없다.

배기량 1998cc의 가솔린 엔진과 7단 자동변속기로 구동력을 발휘하는 220i 액티브 투어러는 최고출력 192마력(4700rpm), 최대토크는 38.8kg.m(1250~4600rpm), 연비는 유럽 기준 도심 5.8ℓ/km(17.24km/ℓ), 고속도로 5.6ℓ/km(17.85km/ℓ/)다. 제원표에 표시된 최고속도는 230km/h, 정지상태에서 100km/h 도달 시간은 7.5초다. 아우토반에서는 이 최고속도에 너무 쉽게 접근해 운전자를 놀라게 했다.

 
액티브 투어러는 전장 4342mm, 전폭 1800mm, 휠베이스 2670mm의 보디 사이즈를 갖고 있다. 전/후 트랙 사이즈는 1561/1562mm로 구성해 주행 안정감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도록 했다. 보디와 섀시는 경량화에 초점을 맞춰 구성을 했다. 초고장력 강판이 많이 사용됐고 미니 등의 소형차에 적용하는 UKL1 플랫폼에 알루미늄으로 만든 부품들도 확대가 됐다.

실내는 전륜구동 플랫폼이 적용되면서 여유롭게 확보가 됐다. 앞자리나 뒷자리나 체구와 상관없이 모든 공간이 넉넉하다. 2열 시트의 슬라이딩과 폴딩 기능을 이용하면 트렁크 공간이 최대 1510리터까지 늘어나 다양한 용도에 적합한 구조를 갖고 있다.

인테리어의 구성은 기존의 BMW 모델들과 기본 구성을 같이 한다. 다만 수평이 강조된 대시보드의 라인과 천정과 도어 안쪽을 마감한 소재는 국내 출시 모델보다 한 급 아래가 사용됐다.

한편 BMW코리아는 액티브 투어러의 가솔린 버전을 아직 들여오지 않았다. 최근 유가의 동향, 차종의 다양성을 감안했을 때 향후 도입 시기는 빨라 질 수 있을 것으로도 보인다. 시승차인 액티브 투어러 220i의 독일 현지 판매 가격은 기본사양을 기준으로 3만 3000유로(3986만원)부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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