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안 팔리는 좋은 차, 국산 디젤 세단 i40

  • 입력 2015.02.04 23:46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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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유럽의 자존심을 무너뜨리겠다며 만든 차가 i40다. 이전에도 실험적 디젤 세단을 내 놓기는 했지만 대부분은 기존 차량을 베이스로 한 파생모델이었다. 반면 당시 2300여억원을 들여 만든 i40는 처음부터 유럽의 디젤과 왜건 시장을 노리고 만들어졌다. 유럽에 먼저 출시가 됐던 이유다. 이때까지 기세는 등등했다. 폭스바겐 파사트를 경쟁 모델로 지목했고 연간 내수 2만대, 수출 8만대를 목표로 잡았고 유럽 시장 점유율을 3%까지 끌어 올릴 야심작이라고 했다. 그러나 실제 성적은 달랐다. 3년하고도 4개월 동안 팔린 i40를 모두 합쳐도 연간 목표치를 살짝 넘긴다. 이 기간 i40는 내수시장에서 2만 767대, 수출은 14만 8721대가 팔렸다.

 

시장의 냉담한 반응과 달리 i40는 아주 유용하고 꽤 재미있는 운전을 할 수 있고 또 디젤 세단의 경제성까지 갖춘 좋은 차다. 그런데도 이렇게 혹독한 성적표를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분석은 분분하다. 왜건을 외면하는 한국 소비자들의 취향, 여기에 주력 수출 시장인 유럽에 워낙 쟁쟁한 모델들이 포진해 있고 쏘나타와 그랜저의 틈바구니에 끼어있는 애매한 포지션이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디젤세단=독일'이라는 토착화된 인식이 i40를 힘들게 했다. 폭스바겐을 시작으로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 등의 수입차들이 국내 승용차 시장을 디젤로 공략하기 시작했고 성장의 토대가 되면서 소비자들의 인식이 고착화됐다. 국내 시장인데도 국산 디젤차가 역으로 수입 디젤 시장을 공략해야 하는 이상한 상황이 됐지만 이 벽은 쉽게 넘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는 그러나 포기를 하지 않았다. 수입 디젤의 벽을 공략하기 위해 스펙이 화려해진 올 뉴 i40를 내 놨다. 현대차의 신차 개발 주기로 봤을 때 1세대 i40의 마지막 상품성 개선 모델이 될 공산이 크지만 독자 개발한 7단 DCT(듀얼 클러치 트랜스미션)가 탑재됐고 외관과 실내의 디자인, 사양의 구성에도 많은 변화를 줬다. 여러 가지의 변화가 있지만 DCT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모델이다. 시승차는 UⅡ 1.7 e-VGT 디젤 엔진을 탑재한 i40 살론(SALOON). 7단 DCT와 함께 유로 6에 대응한 새 디젤 엔진이다. 업그레이드 된 엔진과 새로운 변속기 그리고 연비 절감에 효율적인 ISG(Idle Stop & Go)를 적용해 동급 최고 수준인 16.2km/ℓ(도심 14.9km/ℓ, 고속도로 17.9km/ℓ) 연비를 달성했다. i40가 지목한 경쟁모델 폭스바겐 파사트(2.0, DCT) 디젤의 연비는 14.6 km/ℓ, 그리고 이날 시승에서 기록된 숫자는 17.4km/ℓ였다.

 

엔진의 파워는 미미한 수준에서 소폭 상승했다. 최고 출력은 140마력에서 141마력(4000rpm), 최대토크는 33.0kg.m에서 34.7kg.m(1750~2500rpm)으로 개선이 됐다. 하지만 이런 수치보다는 뚜렷하게 향상된 주행 감성에 더 많은 관심이 간다. 이전보다 하드하게 세팅된 서스펜션, 굽은 도로를 빠져 나갈 때 자신감을 주는 선회가속제어시스템(ATCC)으로 라이드와 핸들링 성능을 크게 높여놨다. ATCC는 구동력과 제동력을 적절하게 제어해 급선회를 할 때 도로 밖으로 이탈하려는 차체를 효과적으로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고속도로 인터체인지에 진입할 때 브레이크에 발을 올려놓지 않아도 안심이 되는 정도로 주행 안정성을 높여줬다. 가속력은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제법 빠르게 반응하고 상승한다. 풀 가속을 하면 4500rpm에서 5단을 유지하고 속도 게이지가 100km/h 이상에 도달하면 첫 번째 시프트 업이 이뤄진 후 엔진회전수도 제자리를 찾는다.

 

7단 DCT와의 조합도 무난해 보인다. DCT는 각각 홀수단과 짝수단을 맡는 2개의 클러치가 서로 대기해 가며 기어 단수의 변화에 미리 대응하는 방식이다. 육상 경기의 계주를 생각하면 된다. 당연히 효율적인 변속이 이뤄지게 되고 속도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게 되면서 연비가 좋아지고 주행성능에 스포티함을 보태주게 된다. 반면 개선이 됐다는 현대차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실내에서의 정숙성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엔진룸에서 들어오는 소리보다는 뒷좌석에서의 풍절음이 거슬렸고 진동의 수준도 고만고만했다.

 

디자인에도 많은 변화를 줬다. 전면부는 플루이딕 스컬프처 2.0 싱글 프레임 헥사고날 그릴이 적용됐다. 하나의 광원으로 상향등과 하향등을 모두 구현하는 바이 펑션 HID 헤드램프도 적용됐다. 전륜 휠 아치 에어커튼도 눈에 띈다. 실내는 시트 등 주요 부위의 컬러가 새로

 

 구성되고 후석 암레스트 수납함이 추가된 정도로 변화를 줬다. 세단 모델에는 운전자가 스마트키를 소지하고 3초 이상 머물면 문이 자동으로 열리는 ‘스마트 트렁크’가 전 모델에 기본 적용됐고 블루링크 2.0을 탑재한 ‘7인치 스마트 내비게이션도 새로 적용됐다.

지금까지 경험한 수입 디젤차와 비교하면 i40도 그 정도는 된다고 봐도 무방할 만큼 잘 만든 차다. GDI를 올린 가솔린 모델도 있고 스포티 감성을 살린 디스펙(D SPEC)까지 다양한 트림도 운영되고 있어 선택의 폭도 넓다. 가격은 291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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