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도요타에는 있고 현대차는 없는 것

  • 입력 2011.12.21 11:11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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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의 결함이 발견했을 때 제조사가 이에 대한 보상 또는 수리를 해 주도록 강제하는 '제조물책임법(PL)'은 소비자의 권리와 안전을 보호하는 가장 적극적인 제도다.

우리나라는 자동차 리콜제도는 지난 1991년 배출가스 기준 심사를 시작으로 본격 도입됐고 1993년 가솔린 차량으로 확대 실시 된데 이어 1997년부터 자동차 제작상 발견된 결함에 대한 규제가 크게 강화돼 현재까지 시행되고 있다.

소비자의 권리와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결함이 발생한 제조물을 제조사가 책임을 지도록 하는 리콜은 그러나 긍정적 의미로 인식하는 선진국과 달리 국내 사정은 조금 다르다.

리콜을 바라보는 부정적 인식이 강한 탓에 소비자들은 해당 제품을 기피하고 기업은 가능한 공식 절차를 회피하거나 감추려고 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 소비자보호원 등의 자료에 따르면 자발적 또는 강제 리콜이 발표되고도 실제 소비자들이 이를 알고 결함 내역을 수리하는 '리콜 시행율'은 선진국 수준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

어느 쪽이든 적극적인 않은 탓이다. 그러나 선진 시장의 소비자들은 리콜에 대한 인식이 다르다. 때문에 기업들도 공개적이고 매우 적극적이다.

미국의 경우 공산품을 비롯한 식품류의 리콜이 연간 2000여건에 달하지만 우리는 손에 꼽을 정도다. 2000년 이후 지난 11년간 국내 자동차 업체들의 리콜 건수는 230여건에 불과했다.

임기상 자동차10년타기시민연합 대표는 "공개적으로 실시하는 리콜 건수보다 완성차 회사와 소비자 집단, 또는 개별적인 합의로 결함이나 문제점이 무마되는 사례가 더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美 NHTSA(도로교통안전국)의 사이트에는 거의 매일 자동차 리콜 사실이 업데이트 되고 있지만 투명하고 신속한 절차를 전제로 기업이 곤욕을 치르는 경우는 거의없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리콜은 양산차의 미흡한 부분을 개선하고 특히 소비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결함을 사전에 바로잡을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서비스"라며 "기업의 자발적 리콜은 브랜드 이미지와 소비자 신뢰를 얻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리콜이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인식이 부정적으로 자리를 잡게된 일차적 책임은 일단 결함을 감추기에 급급하거나 축소 또는 무시하고 심지어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해 온 기업에 있다.

최근 발생했던 차량 누수문제나 배기가스의 실내 유입, 주행 중 시동꺼짐 현상 발생, 불안정한 조향, 가속성능 저하 등의 문제도 완성차 업체들이 초기에는 미온적으로 대처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부랴부랴 원인을 조사하고 대처하는 소극적인 대응으로 비난을 받았다. 이 같은 일은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매번 반복되고 있으며 결국 몇 몇 결함은 리콜로 이어졌다. 그런데도 자발적 리콜의 이름을 달았다.

미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 발생한 리콜이 국내 시장에서는 감감 무소식인 사례도 적지 않다. 수입차도 물론 마찬가지다. 내수차와 수출차가 동일하다는 완성차 업계의 주장과 달리 전혀 다른 곳에서 차이가 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는 웃지 못할 일이기도 하다.

임 대표는 "국내 리콜 제도는 정부부처인 국토해양부가 결함내역을 조사해 발표하고 언론 고지를 의무화하는 등 선진국보다 잘 갖춰졌다"고 말했다. 따라서 문제는 리콜에 대한 완성차 업체들의 소극적인 태도 탓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지난 2009년 렉서스 차량의 가속페달 결함으로 시작해 역사상 최대 규모의 리콜 사태로 곤욕을 치렀던 도요타는 자사의 홈페이지 뉴스 룸에 리콜 사이트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리콜이 발생할 때마다 보도자료도 빼 놓지 않고 있으며 정부 기관보다 앞서 사실을 공개한다.

이 사이트에는 결함 발생 사실과 해당 모델, 수리 일정 등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물론 도요타와 같이 리콜 사이트를 운영하는 완성차 업체는 많지가 않다.

그러나 최소한 보도자료를 통해 리콜 사실을 당당하게 알리는 완성차 메이커는 쉽게 찾아 볼 수가 있다.

반면, 현대차는 물론 국내 5개 완성차들은 자발적 리콜은 몰라도 자발적 고지는 하지 않고 있다. 법적 규제인 주요 일간지 두 곳에 공고를 하는 것이 전부다. 나머지는 정부가 알아서 하기 때문이다.

부족하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이 도요타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도요타와 같이 자신의 잘못을 당당하게 밝히고 신속하게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새해에는 현대차 홈페이지에도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자사의 리콜 소식을 알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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