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볼리, 1% 부족한 쌍용차의 걸작

  • 입력 2015.01.22 06:08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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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기지가 않는다. 티볼리를 쌍용차가 만들었다는 사실, 잘 다듬고 마무리한 겉모습도 그렇고 이렇게 감각적인 컬러로 멋을 낸 인테리어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많은 기대를 갖고 시승을 시작한 이유다. 시승차는 온갖 사양이 모두 적용된 2347만 원에 팔리고 있는 티볼리 LX 최고급형, 따라서 기사의 내용에는 TX 또는 VX 트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내용들이 포함될 수 있다.

앞모습부터 보자. 면적을 최소화한 라디에이터 그릴부터가 독특하다. 내연기관을 사용하는 자동차 가운데 티볼리처럼 그릴을 없애다시피 한 모델은 일찍이 본적이 없다. 그래서인지 쌍용차가 그렇게 싫어하는 쌍용차 엠블럼도 멋스럽다. 이래도 냉각성능에 이상이 없냐고 물었더니 걱정할 필요가 없단다.

 

프런트 범퍼의 형상도 기존의 것들과 다르다. 양쪽 끝에 단면으로 이뤄진 볼륨들이 강한 인상을 주고 안개등의 이미지도 다르지가 않다. LED 주간 주행등을 품은 HID 헤드라이트는 어떤 차를 닮았다는 얘기가 나오고는 있지만 잘 어울리고 충분히 고급스럽다.

티볼리의 디자인 정점은 측면이다. A-필러의 블랙 가니쉬, 옵션으로 제공되는 검정색 다이아몬드 컷팅 휠, 기울기로 역동성을 살린 루프 랙과 라인, 그리고 아주 심플한 바디까지 간결하고 다이내믹하다. 후면의 테일게이트는 예리한 단면을 조금 추켜세워 당당한 뒤태를 완성했다. 여기에 휀더에 날카롭게 파고든 리어램프, 범퍼 가운데 놓인 후방 안개등도 감각적인 것으로 평가를 들을만하다.

따라서 티볼리의 외관이 프랑스 파리 도심 한복판에 내 놔도 꿀리지 않을 만큼 진보적이고 유니크 하다는 쌍용차 어느 관계자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싶다. 인테리어 역시 쌍용차 라인업 가운데 가장 화려하다. 항상 아쉬웠던 엉성한 마무리도 눈에 띄지 않는다. 모든 구성품들이 견고하고 단단하게 잘 여며져있다.

 

블랙과 레드 컬러의 투톤으로 구성된 시트와 대시보드의 인상도 강렬하다. 선이 분명한 스티치까지 보이기 때문에 세그먼트와 어울리지 않게 고급스럽다. 클러스터는 6개의 색상 중 마음대로 고를 수 있도록 했고 인테리어 컬러 역시 블랙과 베이지, 레드 가운데 선택이 가능하다. 시승차는 레드 인테리어 패키지가 적용된 모델이다.

D컷 스티어링 휠, 운전 자세를 잘 유지시켜 주는 세미버킷 시트와 같이 스포티한 감각을 부풀려 주는 요소들도 눈에 띈다. D컷 스티어링 휠에는 크루즈 컨트롤과 오디오 및 핸즈프리를 조작할 수 있는 리모트 컨트롤이 배치됐다. 공간도 무난한 수준이다. 특히 2열 공간은 경쟁 모델인 르노삼성 QM3보다 시각적으로도 더 넓게 보인다.

트렁크 공간은 동급 최대인 423리터다. 2열 시트를 앞으로 젖히면 더 많은 공간이 확보되고 기본 구성에서 골프백 3개를 보스턴백과 실을 수 있다는 것이 쌍용차의 주장이다. 다양하고 큰 수납공간도 빼 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1열 도어 안쪽에 대용량 PET병과 작은 PET병을 각각 따로 수납할 수 있는 수납공간이 마련됐고 2열 도어에도 큰 병 수납이 가능한 공간이 있다.

 

전적으로 쌍용차가 독자 개발했다는 e-XGi160 가솔린 엔진은 최대 출력 126마력(6000rpm), 최대토크 16.0kg.m(4600rpm) 복합연비 12.0km/ℓ(도심 10.7km/ℓ, 고속도로 12.3km/ℓ)의 제원을 갖고 있다. 트랜스미션은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를 올렸다.

쌍용차는 유독 가혹한 사전 테스트를 거쳐 티볼리를 완성시켰다. 영하 42도의 혹한 테스트도 모자라 사막 그리고 해발 4000m의 고산지대까지 오르내리며 혹독한 검증을 거쳤다고 한다. 내구성을 믿어 달라는 얘기인데 이건 더 시간이 가야만 확인이 가능한 부분이다. 그러면서도 도심 주행에 최적화된 성능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실제 주행에서는 이런 특성들이 나타나지 않는다. 1.6 가솔린 엔진을 올린 비슷한 제원의 박스 카와 비교해도 제원의 차이 이상으로 소위 딸리는 느낌이 강하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rpm게이지는 6000까지 치솟는다. 그런데 시프트다운이 곧 바로 이뤄지지 않는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지 않으면 엔진회전수가 5000rpm에서 레드 존 사이에서 한참을 머문다. 토크의 정점을 찍고 rpm이 제자리를 찾으면 이후 속도와 비례해 꾸준하게 상승하는 일반적인 패턴과 다르다.

이런 특성은 속도의 영역과 상관없이 나타난다. 추월을 하려고 치고 나가려는데 뭔가 잡아채듯 굼뜬 반응에 무안해하며 다시 제 자리(차로)로 돌아 온 적도 있었다. 쌍용차는 인정했다. 연비 효율성을 우선하면서 초기 가속성능을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올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쩌면 오래도록 실 소유자들에게 이런 불평을 들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가솔린 차량답지 않게 주행 소음이 큰 것을 포함해서다.

 

이런 점을 빼고 차체의 거동이나 서스펜션의 반응은 안정적이고 무난하다. SUV의 특성에도 굽은 도로를 진입하고 빠져나오기까지 급하게 속력을 줄이지 않아도 차선을 잘 유지한다. D컷 스티어링 휠, 세미버킷시트로 더해지는 스포티한 운전의 재미도 쏠쏠하다. 시승 후 연비는 14.3km/ℓ를 찍었다. 자유로를 차분하게 달린 덕분이다. 경제운전에 더 신경을 쓴다면 그 이상도 가능해 보인다.

쌍용차가 티볼리를 내 놓고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왜, 디젤 모델을 먼저 출시하지 않았나”로 짐작이 된다. SUV와 디젤이 요즘 자동차 시장을 리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의 유가로 봤을 때 오히려 시의가 적절했다는 긍정적인 얘기도 나온다. 가솔린 가격이 1500원대 이하로 떨어지면서 디젤차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던 2010년 이전보다 체감부담이 더 줄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때만 해도 ℓ당 1800원대였던 휘발유 가격이 지금은 당시 1400원대였던 경유 수준으로 떨어졌다.

티볼리에 대한 폭발적인 반응, 5000여대가 넘는 사전 예약, 2개월은 족히 기다려야 하는 출고 등이 이를 증명한다. 동급의 모델 중에서는 장담하건데 티볼리가 아주 빠르게 갑(甲)이 될 수 있다고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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