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차의 승부수 '도넛 탱크 노바 택시'

  • 입력 2015.01.05 23:13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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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M5 Nova LPLi 택시 모델 

"도넛 탱크로 권토중래(捲土重來) 하겠다". 르노삼성차가 택시 시장에 강한 도전의 의지를 보였다. 지난 5일, SM5 노바(Nova) 출시 행사에서 프랑스와 프로보 사장은 "과거 SM5가 택시 시장에서 보여줬던 엄청난 성과를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힘을 쌓고 꾀를 부려 실패한 일에 다시 도전한다는 고사성어 ‘권토중래’는 박동훈 부사장이 꺼낸 얘기다. 그는 "한 번 패했던 택시 시장을 다시 공략하기 위해서는 뭔가 다른 특별한 것이 필요했다"며 도넛 탱크가 그 특별한 비밀 병기라고 말했다.

도넛 탱크는 기존의 원통형 수평 저장 용기(실린더형)를 동그란 환형(環形)으로 만든 소형 LPG 봄베(Bombe)다. 기존 원통형 봄베는 구조와 부피 때문에 차량 트렁크의 40% 가량을 차지해 큰 짐을 싣지 못하는 불편이 있었고 이 때문에 LPG 차량의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 프랑스와 프로보 르노삼성차 사장

그러나 납작한 도넛처럼 생긴 SM5 노바의 새로운 봄베는 이런 단점을 단박에 해소시켰다. 구조상 여분의 타이어를 적재하는 트렁크 하단에 설치하기 때문에 공간의 손실이 적고 또 노출도 되지 않아 미관상 말끔한 마무리가 가능하다. 저장 용량은 75리터로 기존 80리터의 봄베와 큰 차이가 없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탱크 용기의 경도를 높이면서도 무게를 줄이기 위해 비싼 소재를 썼다"며 "밸브 모듈을 개별 타입에서 일체형으로 바꿔 시동이 잘 안 걸리거나 꺼지는 등의 고장 원인도 완벽하게 제거했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차가 이렇게 막대한 자금을 들여 새로운 도넛 탱크까지 개발하고 택시 시장에 권토중래의 출사표를 던진 이유는 무엇일까. 르노삼성차의 또 다른 관계자는 "10년 전 현대차를 위협했던 르노삼성차의 택시 경쟁력을 다시 살리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르노삼성차는 사명을 바꾼 2000년 이후 쌓여있는 SM5 모델의 재고를 털어내기 위해 두들겼던 택시 시장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한 때 개인택시 시장 40%를 점유할 정도로 급성장했고 택시 사업자들의 구전효과로 덩달아 일반 승용차 시장에서도 위협적인 존재가 됐다.

▲ 박동훈 르노삼성차 부사장

그러나 2004년 신형 모델이 출시된 직후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변경된 파워트레인에 대한 실망감, 택시로는 부적합한 디자인 영향이 컸고 2007년 신형 SM5 택시 모델은 심각한 품질문제까지 불거지면서 판매가 급추락 했기 때문이다. 2003년까지 20%대에 달했던 택시 시장 점유율은 2005년 18%대, 2007년에는 11%대로 떨어졌고 최근에 3%대 미만의 초라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최악인 택시 시장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르노삼성차의 전략은 무엇일까. 도넛 탱크 하나만으로 돌아선 택시 사업자들의 마음을 다시 사로잡을 수 있을까. 이날 박 부사장은 LPG 시장에서의 열세를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특화된 영업 조직을 부활시키기 위해 작년 한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던 택시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인적 네트워크를 다시 챙겨보고 전담 영업 조직과 인력까지 고려해 보겠다는 의미다. 또 "이런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오늘 소개한 도넛 탱크"라면서 "이를 통해서 LPG 시장을 위한 특화된 조직과 제품으로 다시 한 번 시장을 개척할 것"이라고 말했다.

▲ 도넛형 탱크로 말끔해진 SM5 Nova LPLi 모델의 트렁크

이런 의지는 판매 목표에서 다시 한 번 강조됐다. 박 부사장은 "SM5 노바의 올해 판매 목표는 3만대며 이 가운데 40%인 1만 2000대 정도를 장애인 및 택시용 LPG 모델이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령 만기로 연간 대, 폐차 되고 있는 택시의 수가 연간 5만대를 조금 넘는다고 봤을 때 매우 공격적인 목표다.

그러나 르노삼성차가 경계하고 대비해야 할 변동사항도 있다. 정부의 택시 유종 다변화 정책으로 오는 9월부터 디젤 택시가 도입되면 LPG 차량 수요는 줄어 들 수밖에 없고 개인택시 차령 폐지 논의도 현재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넛 탱크 르노삼성차가 오래 전부터 LPG 고객들을 위해 준비한 과정이었고, 작년부터 택시 고객들을 직접 찾아가 목소리를 들었고, 그 마음을 얻기 위해 오늘 도넛 탱크와 SM5 노바가 탄생했다”는 르노삼성차의 노력과 진심이 시장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사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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