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현대차, 자동차 박물관 더 이상 늦추지 말라

김 필 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 입력 2011.12.18 15:23
  • 기자명 오토헤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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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우리나라가 무역규모 1조 달러라는 위업을 달성하고 국가 경제에 기여한 내외국인을 시상했다. 이 가운데 초기 자동차 제조와 문화 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큰 자동차문화연구소 전영선 소장에 대한 시상은 더욱 의미가 있다.

현대차 그룹은 지난 30 여년간 각고의 노력 끝에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한 자동차 글로벌 그룹으로 성장했다. 이제 세계 곳곳에서 현대기아차가 자주 눈에 띨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고 판매율이나 점유율 모두 급상승했다.

이제 현대차 그룹은 세계의 글로벌 메이커가 가장 두려워하는 메이커로 탈바꿈했다. 우리에게는 대단한 자부심이며, 자랑이다. 그러나 이러한 미래지향적 그룹에 대한 과거의 역사를 묻는다면 별로 할 말이 없다. 우리의 아이들에게 우리의 자동차 역사를 보여주고 가르쳐줄 수 있는 기반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자동차 박물관은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내의 삼성교통박물관과 제주 자동차 박물관이 유일하다. 제주 자동차 박물관은 아직 체계조차 갖추지 못했고 그나마 삼성교통박물관이 규모는 작지만 지속적으로 체계를 갖추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이 기업은 현재 자동차 메이커가 아닌 상태에서 관리하고 있는 정도다. 그리고 몇 몇 개인이 수십 대에서 수백 대까지 개인적으로 보관하면서 관리 방법에 대한 고민을 할 정도로 애착을 갖고 있는 애장가도 있다.

그러나 정작 국내외는 대표하는 현대차 그룹은 박물관 건립을 검토만 할 뿐 실질적인 움직임이 매우 약하다. 몇 차례 TF팀만 운영하다가 바뀌고 있을 뿐 구체적 발표는 아직 없다. 물론 내부적으로 언제쯤 박물관 건립을 결정했을 수도 있고 중장기적으로 본사 이전에 맞춰 계획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 본다.

박물관 건립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의미하는 바가 큰 만큼 서둘러야 한다. 선진국들도 이미 갖가지 검토와 준비를 하는 만큼 서둘러 계획을 세우고 자동차 산업에 비해 한참 뒤쳐진 자동차 문화를 한 단계 올리는데 기여했으면 한다.

자동차 박물관 건립은 여러 가지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과거의 자동차 역사는 미래의 발전의 향방을 볼 수 있는 거울 역할을 한다. 지난 1975년 최초의 국산 모델 포니가 칠레에 수출할 때의 차종과 장면을 보면서 자부심을 갖고 자랑스런 역사가 있다는 것을 기억할 수 있고 미래를 자신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장면, 한 장면 모두가 가슴 설레게 하고 국산차에 대한 애정을 느끼게 하는 동기를 제공할 것이다. 현대차 그룹의 이미지 제고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둘째로 클래식 카 문화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할 수도 있다.

우리의 클래식 카 문화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만큼 불모지다. 예전에 몇 번 삼성교통박물관에서 ‘올드카 페스티발’이라는 주제로 행사를 열었지만 지금은 그 행사도 없고 태동 자체도 없다.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에서 클레식 카 문화는 자동차 문화를 풍부하게 하고 옛 것을 아끼며, 미래를 볼 수 있는 잣대로 활용하고 있다.

에센 모터쇼 같은 클레식 카 전문의 모터쇼가 즐비하고 심지어 고가로 거래될 정도로 애호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독일 등 선진국은 예전부터 클레식 카 전용 법규를 적용하여 길거리를 다닐 수 있게 만드는 등 풍부한 선진 문화 형성에 기여를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클레식 카 관련 행사는 물론 법규나 제도는 아예 없는 실정이다.

지금의 배기가스 규제로는 아예 클레식 카는 길거리에 나올 수 없고 수입된 클레식 카 자체도 번호판 부여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클레식 카는 약 20년 이상된 차종으로 역사적 의미와 희소성 등 여러 의미를 부여한 차종으로 상태나 의미에 따라 수십 억원을 호가할 정도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차종이다.

이렇게 중요한 차종인 만큼 연간 한두 차례만 길거리를 나올 정도로 아낀다고 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의 박물관 건립은 이러한 필요성에 기름을 부어주는 효과가 발생한다. 박물관에 들어가는 차종에 따라 제도가 필요할 것이고 클레식 카 행사가 뒤따를 것이며, 붐이 일면서 유사 형태의 행사도 많아진다.

자동차 문화가 선진형으로 풍부해지기 때문에 중요하다.

셋째로 현재 우리나라에는 국내외의 의미 부여를 할 수 있는 클레식 카가 번호판도 못 붙이고 운행도 불가능한 차종이 수백 대는 넘게 보유하고 있다. 제도는 물론 바탕이 없는 만큼 하루 속히 제도적 마련이 필요하다. 정부 당국에서도 이제는 제도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해외의 선진 사례는 풍부하고 한국 모델 정립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마도 3~6개월 정도 정책연구만 해도 좋은 한국형 제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확신한다. 관련 단체도 없는 만큼 현재 한국클레식카협회가 준비되고 있다.

사단법인화를 통해 제도 및 법적 마련을 촉구하고 자문하며, 한국형 클레식 카 정립에 크게 기여하는 비영리 단체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이 단체는 박물관 건립 및 운영 자문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넷째로 박물관 건립을 위하여 차종 및 자료 확보에 하루속히 서둘러야 한다. 건물만 지어놓고 개관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만큼 제일 중요한 차종 확보에 노력해야 한다. 물론 현대차 그룹은 예전부터 차종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 최초의 수출 국산차 확보 등 의미 부여가 가능한 완전한 형태의 차종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참조할 박물관도 많다. 일본의 도요타 박물관을 비롯하여 독일의 BMW박물관, 벤츠 박물관 등 세계적인 메이커치고 박물관이 제대로 없는 경우는 현대차 그룹이 유일하다. 하고자 하는 의지가 중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수 년 전 이승만 대통령 등이 탑승하던 역사적 의미가 있는 외국산 자동차를 문화재로 지정한 일이 있었다. 필자도 선정 위원으로 참여했다. 아마도 이러한 차종은 추후 더욱 많아질 것으로 확신한다. 우리의 최초 국산 수출차가 문화재로 지정되는 날이 올 것으로 확신한다. 꼭 그렇게 될 것이다.

하루빨리 현대차그룹의 자동차박물관이 건립돼 우리의 옛 것을 보여주고 알려주는 자리가 마련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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