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세단 아슬란이 꼭 하고 싶은 이야기

  • 입력 2014.11.24 01:12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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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아슬란이 혹평을 받고 있다. 디자인이 뭘 닮았고 세그먼트는 애매하고 아래 차급인 그랜저와 뭐가 다르냐는 식이다. 놀랍게도 자동차 전문가들까지 이런 비판에 가세하고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아슬란은 이런 혹평을 받을 이유가 없다.

라인업 확장을 위한 필수 영양제=출시 배경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대차는 그 동안 경쟁 브랜드보다 라인업이 빈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일반 소비자도 그랬고 자동차 전문가들도 그랬다. 도요타와 폭스바겐은 물론 고급차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BMW나 메르세데스 벤츠 라인업을 보면 이런 지적은 타당했다.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현대차 세단 라인업은 하이브리드 모델까지 포함해 고작 14개에 불과하다. BMW는 26개나 되고 메르세데스 벤츠는 16개, 도요타와 렉서스는 18개, 폭스바겐도 11개를 운용하고 있다.

하나에 불과하지만 현대차가 시장의 지적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수용했다는 점만으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 아슬란은 하이엔드급 고급차 시장에서 독일 브랜드에 밀리고 있는 현대차가 부진을 털어내기 위해 의욕적으로 개발한 모델이다.

새로운 세그먼트라는 위험부담에도 고급 대형차 시장에서 지배력을 높이고 있는 수입차에 대항하기 위해 라인업을 늘렸다는 것은 따라서 높게 평가 받아야 할 도전이다. 전륜구동을 선택했다는 것에도 의미가 있다. 한국의 기후적 특성을 고려했을 때 계절에 상관없이 용이하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벤츠도 닮았고 BMW도 닮았다=독창적인 디자인을 아쉬워하는 지적이 많다. 아슬란의 외관이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는 얘기다. 그러나 세계 유수의 어떤 브랜드도 각각의 세그먼트에 서로 다른 얼굴을 창조해 반영하는 곳은 없다. 비효율적이고 브랜드의 일관성을 유지하는데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 라인업은 서로 구별이 어려울 정도로 통일된 디자인을 사용한다. 브랜드는 쉽게 알아 볼 수 있지만 각 모델명은 재빨리 짚어내기가 어려운 경우도 허다하다. 세그먼트에 맞는 특징은 살리면서도 조금씩의 차별은 두지만 전혀 다른 컨셉의 디자인은 찾아 보기 힘들다.

아슬란에만 이런 지적을 적용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차체의 크기도 비교 대상으로 거론되는 그랜저와 차이가 있다. 전장과 전폭, 전고는 4970×1860×1470mm로 그랜저의 그랜저(4920×1860×1470mm)와 다른 구성을 하고 있다. 굳이 전폭과 전고에는 손을 댈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고 휠베이스는 2845mm로 같지만 전장은 50mm나 길다.

수치상도 그렇고 시각적으로도 확실한 차이가 느껴진다. 전면부는 독창적으로 평가해도 좋을 만큼 기존의 모델과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 또 프런트 엔드는 중후하게 디자인 됐고 헥사고날 그릴은 과감해졌다.

후드의 파팅 라인과 범퍼 하단 인테이크 홀도 기존의 현대차 라인업에서는 볼 수 없었던 엣지 스타일로 가다듬어졌다. 특히 적절하게 크롬을 사용해 그랜저보다 상급 모델이라는 점을 확실하게 했다.

 

진화한 인테리어, 효율적인 편의사양=비슷한 것은 맞다. 제네시스와 쏘나타에 반영된 센터페시아의 라인과 유사하고 대시보드의 디자인 구성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오디오와 공조장치의 다이얼은 고급스러운 블랙컬러로 광택이 나도록 했고 이런 저런 버튼류들도 다르게 배치됐다.

기어 주변에는 다양한 편의장치를 조작할 수 있는 장치들이 일목요연하게 자리를 잡았다. 드라이브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버튼과 오토 홀드, 파킹 센서, 자동주차, 카메라 등을 이 곳에 집중적으로 배치시켜 놔 운전 중에도 쉽게 조작할 수 있다.

 

클러스터를 통해 제공되는 다양한 정보도 시선을 분산시키지 않고 운전에 집중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간단한 길안내 표시와 차선이탈경보, 차간 거리를 포함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정보 등이 제공된다.

특히 컬러 타입의 헤드업 디스플레이에도 다양한 주행 정보가 표시되기 때문에 운전 집중도를 높일 수 있다. 시트는 퀼팅이 적용된 나파가죽이 사용됐다. 그러나 고급스러움과 달리 운전자세를 유지해주는 역할은 다소 부족했다.

공간에 대한 만족감도 크다. 2열 무릎공간은 충분했고 3명이 탑승해도 비좁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트렁크 용량은 446리터, 스마트키를 소지하고 3초 이상 후미에 있으면 자동으로 열리는 스마트 트렁크 시스템이 적용됐다.

 

같은 엔진, 전혀 다른 주행특성=아슬란 G330에 탑재된 배기량 3342cc의 V6 직분사 가솔린 엔진은 294마력(6400rpm)의 출력과 35.3kg.m(5200rpm)의 토크를 6단 자동변속기와 조합해 동력으로 발휘된다.

294마력의 출력이 보장하는 파워는 언제나 그렇듯 여유가 있다. 레드존까지 RPM게이지를 상승시켜도 일관성 있는 힘을 낸다. 거친 출발에도 순응하듯 빠르게 반응을 하고 주행 중 급하게 가속을 해도 무난하게 받아들인다.

중속에서 고속으로 도달하는 시간 역시 매우 짧다. 속도의 정점까지 상승하는 가속력도 기대 이상으로 빨랐다. 빠른 반응뿐만 아니라 주행 안정성도 탁월했다. 거친 핸들링에도 차체의 흔들림이 크지 않고 롤링과 피칭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컨트롤 능력도 뛰어났다.

굽은 도로를 빠른 속도로 진입해도 무난하게 차체의 균형을 유지하고 자기 차선을 분명하게 지켜가며 탈출한다. 미쉐린 프리머시 mxm4 타이어와의 조합도 만족스럽다. 접지력은 물론 노면의 충격을 흡수하며 어떤 주행 강도에서도 차체 균형감을 훌륭하게 받아들이고 유지시켜 준다.

 

개선이 필요한 사항도 있다. 고속에서의 제동력이 충분하지 않았고 변속기는 급격하게 속도를 줄이거나 높일 때 단단하게 여물지 않은 순간들이 꽤 많이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아슬란의 파워트레인이 고분고분한 그랜저와 고성능으로 세팅된 제네시스와 전혀 다른 성격을 갖고 있다. 일각에서는 같은 엔진을 올리고 모델명만 다르게 했다는 황당한 얘기들을 하고 있지만 서로 다른 모델들이 플랫폼과 엔진, 변속기를 공유하는 일은 흔하고 일반적이며 세계적인 추세다.

정밀한 튜닝과 매커니즘으로 전혀 다른 성질의 차, 세그먼트를 만들어 내는 것이야 말로 자동차 업체의 분명한 기술력이자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아슬란이 꼭 하고 싶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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