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지 말자 '푸조 뉴 2008' 공인연비...막 몰아도 21.7km/ℓ

  • 입력 2014.11.10 00:57
  • 수정 2020.08.28 12:50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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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속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MCP(Mechanically Compact Piloted)로 불리는 독특한 변속 시스템을 이해하지 않으면 푸조 뉴 2008을 '형편없는 자동차'로 오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 또는 수동의 경계가 모호한 MCP는 수동변속기를 전제로 하고 있지만 필요한 때에 운전자 대신 기계적 장치가 변속을 해 주는 시스템이다.

보이지 않는 클러치의 효율적 역할=보이지는 않지만 MCP 변속기 내부에는 이전의 수동변속기에서 볼 수 있었던 싱글 클러치가 숨겨져 있다. 자동변속기와 동일한 방법으로 운전을 하지만 차량은 기계적 설계에 의해서 수동변속기와 동일한 방법으로 구동이 된다는 얘기다.

복잡한 구성 탓에 MCP 탑재 차량들을 처음 접하면 변속이 되는 매 순간마다 이질적인 차체의 움직임과 빠르지 않은 속도의 상승감에 당황하게 된다. 빠르게 가속을 하면 한 템포 늦게 반응하고 심지어 잡아채는 것 같은 낯선 느낌들도 여과 없이 전달된다.

변속기의 구성도 낯설다. 기어 구성은 R-N-A를 기본으로 뉴 2008의 경우에는 왼쪽으로 'M'을 중간에 넣고 아래위로 +,-가 표시됐다. 대개의 변속기에 표시된 'P'가 없고 'D'단은 A로 대체됐다. 주차는 파킹 브레이크로 대신해야 한다.

푸조가 이 난감한 MCP를 개발한 이유와 목적은 분명하다. 수동 변속기의 연료 효율성을 살리고 자동변속기의 편리함을 결합시켜 출력 손실을 낮추고 연비를 높이기 위한 선택이다.

익숙함이 제공하는 훌륭한 결과=이 낯선 시스템에 대한 운전자의 호불호는 분명하지만 푸조의 MCP에 익숙해지면 더 없이 훌륭한 결과물들을 얻을 수 있다. 이질감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드라이브 모드 'A'를 선택했을 때 클러치가 있는 수동변속기의 감을 떠올리면 된다.

엔진 회전수에 따라 가속페달에서 잠깐 발을 떼 변속이 이뤄 진후 다시 가속을 하면 자동변속기와는 차원이 다른 빠른 속도의 상승을 체험할 수 있다. 수동모드에 놓고 시프트 레버나 패들 시프트로 변속을 하는 방법도 있다.

클러스터에서 변속 시점을 친절하게 알려주기도 하지만 일상적으로 익숙해진다면 적절한 때에 기어를 올리거나 내리는데 빠르게 적응할 수 있고 이런 이질감은 색다른 운전의 재미로 전환이 된다.

MCP의 특징을 살린 운전이 가능했던 것도 푸조의 다른 모델, 그리고 ESG(Electronic Gearbox System)로 불리는 같은 방식의 변속기를 탑재한 시트로엥의 모델들을 경험한 덕분이다.

운전자 스스로 만드는 펀 드라이브=뉴 2008에 탑재된 엔진은 싱글터보 1.6 e-HDi, 1560cc의 배기량으로 92마력의 출력과 23.5kg.m의 토크를 제공한다. 화려한 성능 제원이 아닌 것은 분명하지만 MCP의 지원으로 제법 박진감 있는 운전을 할 수 있다.

M모드의 1단 기어로 출발을 하고 곧 바로 2단, 3단으로 단수를 높이며 가속페달을 힘껏 밟으면 저단에서의 묵직한 배기음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원하는 속도에 도달한다.

A모드 발진에서도 최대토크가 걸리는 1750rpm 이전에 부스트가 걸리기 때문에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며 기어 단수를 올리면 MCP 특유의 출렁거림 없이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주행 컨트롤도 무난하다. 핸들링이나 라이드는 이만 한 차의 수준에서 부족하지 않은 능력을 보여준다. 아주 과격하지만 않다면 어떤 요구에도 정확하게 반응을 한다.

고속에서도 힘에 부치지 않고 차체가 노면을 장악한다. 빠른 속도의 선회에서도 잘 부여잡고 놓지를 않는다. 이렇게 차량의 가속감을 운전자 스스로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점도 푸조 뉴 2008의 매력이다. 전륜 맥퍼슨 스트럿, 후륜에 토션빔 액슬로 서스펜션을 구성했지만 후석의 승차감은 나쁘지 않다.

공인연비를 능가하는 연비=MCP로 얻은 푸조의 최대 수확은 역시 연비다. 시승차인 뉴 2008의 공인 연비는 17.7km/l(복합연비). 그러나 서울 도심과 올림픽대로를 거쳐 인천 송도를 오가는 146km 구간에서 기록된 연비는 21.7km/l에 달했다. 조금 더 신경을 써서 운전을 했다면 이 보다 더 높은 연비도 가능해 보일 정도로 탁월하다.

고속도로에서 정속 주행을 했을 때 순간연비는 믿거나 말거나 30km/l대를 유지한다. 교통상황이 좋은 도심 구간에서도 20km/l 인근을 오르내린다.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공인연비 이상의 실 주행 연비를 기록할 수 있다.

푸조가 늘 자랑하는 한 번 주유로 1000km 주행이 너끈한 연비이기도 하다. 뉴 2008을 선택하는 다수의 소비자들도 이런 연비에 강한 매력을 느끼고 있고 덕분에 시장 반응도 뜨겁다.

경제성을 생각하면 최선의 선택=뉴 2008의 차체 사이즈는 전장 4160mm, 전폭 1740mm, 전고 1555mm, 그리고 휠베이스는 2540mm다. 제원상 주 경쟁모델인 골프보다 시각적으로 차이가 나는 수준은 아니지만 더 작고 짧고 낮고 좁다. 그러나 스타일링은 더없이 화려하다.

아웃사이드 미러 전체를 감싸고 있을 정도로 크롬이 많이 사용됐고 안개등과 헤드라이트, 그리고 리어라이트의 디자인에도 많은 기교가 반영됐다. 루프 랙, 파노라마 선루프까지 적용됐다.

가장 보기 좋은 뷰어는 측면이다. 특별한 기교없이 단정하고 벨트라인을 낮춰 역동적인 느낌은 배제가 됐지만 실내에서 바깥쪽을 바라보는 시야가 좋다.

실내의 구성도 화려하다. 블루와 화이트 조명이 계기판과 선루프 주변을 감싸고 있고 도어 손잡이와 대시보드도 고급스럽게 마감을 했다.

스티어링 휠은 아주 콤팩트하고 낮게 포지션 됐다. 7인치 멀티미디어 스크린은 오디오와 블루투스, USB 등을 제어하고 차량의 각종 기능들을 설정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한글 지원이 전혀 되지 않고 터치감이 무디고 반응이 느린 것, 그리고 화면 전환이 다소 번거롭게 설정된 것은 불만이다. 대표적인 편의 및 안전사양으로는 자동주차 기능과 힐 어시스트, 그리고 6개의 에어백이 있다. 또 하나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2650만원부터 시작하는 가격이다. 가장 경제적인 수입차를 원한다면 주저할 이유가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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