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나타 다시보기 ‘국민차라는 그래서, 이제 저력을 보여 줄 때’

  • 입력 2014.10.23 00:05
  • 수정 2021.01.03 10:15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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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스로 버티고는 있지만 현대차는 요즘 부끄러운 수치들을 내놨다. 못해도 한 달 평균 5만대는 팔았던 내수 판매가 7월 이후 4만대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랜저와 아반떼, 그리고 쏘나타와 싼타페 등 주력 모델들이 그나마 버팀목이 됐지만 i30, 제네시스, 에쿠스 등은 기대치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현대차 내수 그래프의 하향은 쏘나타의 영향이 컸다. 본격적인 판매가 시작된 3월과 4월 1만대를 웃돌았던 판매가 5월부터 급락해 7월에는 5000대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현대차 전체 내수 판매가 급락하기 시작 한 것도 이 때 부터다. 다행스러운 것은 지난 8월부터 쏘나타의 판매가 회복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쏘나타는 8월 6000대 수준을 회복했고 9월에는 8000대 이상을 팔았다.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현대차 실적도 쏘나타의 상승효과에 힘입어 조금씩 회복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만큼 쏘나타가 현대차에서 차지하는 상징성과 비중은 막중하다.

본질에 눈을 뜨다=쏘나타는 현대차가 처음으로 자동차의 본질(本質)을 성찰하기 시작한 모델이다. 잘 달리고 잘 돌고, 설 때 서고 사람이든 자동차든 잘 보호하는 능력을 본질로 보고 여기에 맞춰 개발됐다.

여름 장대비처럼 가을비가 내리고 단풍이 노을보다 더 짙어지기 한 날 레밍턴 레드 컬러의 쏘나타를 마주했다. 여전히 강해 보이는 인상은 붉거나 황금색만으로도 계절이 주는 아름다음의 극치를 보여주는 가을과 잘 어울린다.

레밍턴 레드가 주는 강렬함이 한 몫을 하지만 여무지고 단정하고 난잡하지가 않다. 롱 후드와 간결한 라인으로 완성된 미학적인 차체의 비율, A필러의 부드러운 곡선으로 시작해 B필러에서 정점을 이루고 가파르게 후면까지 이어지는 루프라인도 압권이다.

현대차가 모든 세그먼트에 아이덴터티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지만 운전자의 거주성, 탑승자의 편의성이 우선 고려돼야 한다는 점에서 충분한 만족감을 준다.

헥사고날 그릴, 아래쪽 테일게이트, 헤드라이트와 안개등의 정돈감, 수평이 강조된 측면의 구성은 외모가 아닌 내실로 디자인의 본질을 보여준다. 실내 인테리어는 기능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

1cm 작아진 스티어링 휠, 운전자의 동선을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설계된 핸드 리치 존(Hand Reach Zone), 쏘나타의 모든 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클러스터의 조합과 시인성도 최상의 드라이빙을 위한 작지만 세심한 배려들이다.

더 길어진 전장과 휠베이스로 공간과 트렁크의 적재 용량이 늘어 난 것도 실용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됐다.

서두르지 않아도 느낌은 좋다=누우 2.0 CVVL 파워트레인으로 최고출력 168마력(ps), 최대토크 20.5kg•m의 제원에서 발휘되는 동적 성능은 달리는 맛을 느끼는데 부족하지 않다. 중량 증가라는 역추세를 감수하고서까지 초고장력 강판 사용 비중을 높인 덕분에 주행감성 역시 확실하게 견고해졌다.

빠른 가속에 응답하는 능력이 즉각적이지는 않지만 충분하게 달궈지면 속도의 상승력은 크게 부족하지 않다. 일반 모드와 스포츠 모드, 그리고 에코모드로 필요에 따른 드라이빙도 즐길 수 있다.

섀시는 자동6단, 전륜 맥퍼슨 스트럿, 후륜 멀티 링크, 랙 앤드 피니언 스티어링으로 구성됐다. 로어암을 싱글에서 듀얼로 바꾸고 전륜 지오메트리를 새롭게 설계해 이전 모델과 변화를 줬다.

짧아진 댐핑 스트로크까지 더해져 도로의 선형과 상관없이 안정적인 핸들링과 라이드 환경을 제공하는 것도 쏘나타의 강점이다.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은 정체된 구간에서 반복적으로 가속페달과 제동페달을 번갈아 밟아야하는 짜증도 피할 수 있게 했다.

시승차는 전방 추돌 경보 시스템(FCWS)과 차선이탈 경보 시스템(LDWS), 스마트 후측방 경보 시스템(BSD), 어드밴스드 주차조향 보조시스템(ASPAS) 등 대부분의 안전사양들이 적용된 풀 옵션 프리미엄 트림이다.

낙엽이 전하는 이야기=쏘나타의 기본기가 충분하다고 해서 급하게 달리지는 않았다. 플라타너스가 떨군 낙엽들이 길을 내주며 바서지는 소리, 쏟아져 내리거나 도로를 뒹굴며 전하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쏘나타를 가능한 느린 속도로 몰며 이문세가 부르는 '가을이 오면'의 볼륨을 높여 보기도 했다. 쏘나타가 선사하는 멋지고 여유로운 가을의 한 때가 이어지면서 무한한 신뢰가 쌓였다.

이런 신뢰와 무관하게 쏘나타 한 모델이 현대차 전체를 이끌어 갈 수는 없다. 그러나 현대차의 가장(家長) 쏘나타의 저력은 여전했다. 쏘나타가 힘을 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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