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위협하는 '메이드 인 차이나 빠시'

  • 입력 2014.10.21 06:04
  • 기자명 김흥식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국은 합작사와 자국 브랜드를 합쳐 150여개가 넘는 자동차 제조사들이 있다. 자동차를 만드는 제조사, 생산, 소비까지 전 세계 1위의 대국이다. 이 때문에 중국의 값싼 노동력으로 한국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는 자동차를 만들어 국내로 들여와 판다는 생각은 누구나 해 봤을 법한 일이다.

그러나 어떤 형태든 중국 자동차 회사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은 대부분 실패했다. 조악한 품질, 현저하게 낮은 안전성 때문이다. 그런데도 중국산 자동차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크다. 특히 수입차가 전무한 버스 사업자들에게는 절실했다.

대형 트럭은 볼보, 벤츠, 스카니아 등 수입차 업체와 국산차가 경쟁구도를 갖고 있다. 반면 연간 수요가 1만대 가량인 상용 버스 수요자들은 현대차의 독점적 시장 지배에 따른 폐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일방적으로 정해지는 가격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생산량이 달려 납기일조차 맞추지 못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사업을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딱히 납기일조차 예상할 수 없고 조를 수도 없는 답답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지만 하소연을 할 수도 없는 처지다.

이런 틈새를 노린 중국산 버스가 등장을 했다. 중국 5위권 버스 제조사인 선롱버스가 제조한 중형급 모델이 지난해부터 국내 시장에 수입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선롱버스는 현대차가 90% 이상 독점을 하고 옛 대우버스에서 상호를 바꾼 자일자동차가 레스타로 견제를 하고 있는 25인승 미니버스 시장을 파고들었다.

한국 독점 수입 판매권을 갖고 있는 선롱버스코리아가 수입해 판매하고 있는 모델은 '듀에고 EX', 25인승으로 현대차 카운티와 유사한 크기와 제원을 갖고 있다. 크기와 제원은 유사하지만 상품성은 카운티의 상급 모델인 에어로시티에 가깝다. 전장은 카운티의 롱바디 버전(7085mm)보다 긴 7485mm, 전폭도 2350mm로 315mm가 더 넓다.

 

축간거리는 3800mm로 4085mm인 카운티보다 열세다. 엘리슨 자동변속기 선택이 가능한 카운티에 비해 수동6단 변속기만 탑재되는 것도 약점이다. 파워트레인은 유로5 환경 규제에 대응하고 170마력의 출력(카운디 170마력)과 61.2kg.m의 토크성능(카운티 62kg.m)을 가진 커민스 ISF 3.8 S5 디젤엔진을 올렸다.

세계 최대의 상용차 엔진 전문 제조사인 커민스사의 파워트레인을 조합한 만큼, 성능과 연비, 내구성 등에 대한 신뢰성은 따로 고민할 필요가 없다. 이보다 눈에 띄는 것은 가격이다. 6650만원으로 카운티의 최고가 트림인 골드(29인승)의 6156만원보다 비싸다.

그런데도 듀에고 EX는 예상외로 선전을 하고 있다. 지난 해 9월부터 들여오기 시작해 지금까지 국내에서 200여대가 팔렸고 지난 9월에는 목포 신항을 통해 100대의 듀에고 EX가 추가로 들어왔다.

 

현재 수준만으로도 중형버스의 연간 생산량이 5000대 수준임을 감안하면 시장 점유율이 5% 남짓으로 추산된다. 중국산이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듀에고 EX가 예상외의 선전을 한 비결은 한국 시장 맞춤형으로 생산됐기 때문이다.

경쟁모델인 현대차 카운티가 중간 좌석을 접이식으로 설치해 조작이 불편하고 승객들의 이동 편의성이 낮다는 지적을 받고 있지만 듀에고 EX는 좌우 2열씩 리무진급 고정식 시트에 320mm나 되는 중앙 안전통로를 확보했다.

각 개별 좌석도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된 리클 라이닝 리무진 시트를 적용해 거주 편의성을 확보했다. 승차감, 섀시의 매커니즘에서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과 국산 동급 중형버스보다 비싼 가격인데도 제법 팔려나가는 이유다. 듀에고 EX는 중국에서는 판매되지 않고 있다.

선룽버스코리아는 "실내외 디자인과 파워트레인, 실내의 구성, 시트의 재질과 배치 등의 패키지는 모두 우리 쪽 요구에 맞춘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산 이지만 철저하게 한국 시장에 맞춰 개발한 현지 전략형 모델이라는 얘기다.

 

더 결정적인 이유는 짧은 납기일이다. 선롱버스코리아 관계자는 "주문을 하면 최대 3개월 이내에 차량을 인도한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상용차 생산을 맡고 있는 전주공장이 2교대제 전환 이후,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납기일이 적어도 반년 이상 걸린다.

시장의 반응이 예상외로 높게 나타나면서 선룽버스코리아는 올해 판매 목표를 400대 이상까지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판매지역과 서비스망 확충에 전력을 다하고 있고 내심 준대형 및 고급 대형 버스로 라인업을 늘리는 방안도 고민을 하고 있다.

현대차가 납기일 정상화와 시장의 니즈에 충실한 제품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정신을 바싹 차리지 않으면 지금도 서울과 제주도 등 전국 각지에서 심심치 않게 보이고 있는 '차이나 빠시'가 더 많아지는 현실과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저작권자 © 오토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