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의 심장, 르노그룹 테크노센터를 가다

  • 입력 2014.10.02 01:48
  • 기자명 김흥식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프랑스=파리]인상적이다. 자동차를 만들어 팔 수 있는 모든 과정들이 메가시티 규모의 단일 공간에 자리를 잡고 있다. 프랑스 파리 서남쪽 기앙쿠르에 위치한 '르노 테크노센터', 규모부터가 위압적이다.

연 면적 150만평방미터, 축구장 200개와 맞먹는 거대한 면적이다. 기하학적 구조의 건물에는 전세계 56개의 국적을 가진 1만 6000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테크노센터에는 은행과 제과점, 세탁소와 미용실 등 직원들이 이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 전 세계 테크노센터 가운데 단연 최대의 규모다.

프랑스 최대의 자동차 회사 르노가 이 엄청난 테크노센터를 만든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1980년대 말, 제품 개발 주기가 평균 43개월에 불과한 일본 업체들이 대거 몰려 오면서 위기감을 느낀 때문이다.

일본 업체들은 유럽 소비자들이 자신들의 취향에 맞는 새로운 모델들을 단기간에 내 놨지만 당시 르노는 신차를 내 놓는데 60개월이 걸렸다.

충격을 받은 르노는 신차 개발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50여개국에 흩어져 있는 관련 부서의 통합 필요성을 절감한다.

그리고는 1991년 무려 10억 유로를 투자해 7년만인 1998년 르노 테크노센터를 완공하게 된다. 테크노센터 완공 이후 르노의 신제품 개발 기간은 26개월까지 단축됐다. 시장의 변화에 그만큼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신제품 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었던 비결은 테크노센터의 독창적인 시스템이 큰 기여를 했다. 센터는 신차 프로젝트를 마련하고 양산 직전 단계인 프로토 타입의 완성물을 만들어 내는 전 과정을 한 곳에서 처리할 수 있다.

연구개발 및 디자인팀이 근무하는 아방셰(Avancee), 각 층별로 한 번에 5~6개의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루시(LaRuche),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모형을 만들어 내는 프로토(Proto) 등 3개의 핵심 부서가 서로 연결돼 있다.

프로토 타입이 완성되면 검증과 생산 최적화, 공급, 트레이닝, 전 세계 직원들을 위한 교육과정을 마련하고 불과 1년 6개월 후면 양산차가 나온다.

이 모든 과정은 완벽한 시뮬레이션으로 이뤄진다. 센터 관계자는 "이 곳에는 부품의 실물이 하나도 없다"며 "협력사의 부품을 포함한 모든 것들이 첨단 시뮬레이션으로 개발되고 검증된다"고 말했다.

테크노센터에는 5000개의 컴퓨터를 기반으로 한 엔지니어링 워크스테이션(CAE)과 4개의 대규모 컴퓨터 이미지 디스플레이, 그리고 실제 차량의 주행 상황을 그대로 재현하는 몰입형 시뮬레이션도 설치돼 있다.

 

르노의 핵심 임원들조차 쉽게 접근할 수 없다는 몰입형 시뮬레이션(VR)을 체험한 결과, 신차의 디자인, 램프류, 색상은 물론 주행 상황에서의 시각적 반응 등을 실제와 동일하게 체험할 수 있었다.

신차 개발의 전 과정을 하나의 공간에서 일괄적으로 진행 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테크노센터는 한국의 르노삼성 뿐만 아니라 유럽의 다른 브랜드와 일본 브랜드까지 활용을 하고 있다.

르노삼성차가 판매하고 있는 QM3가 한국에서 경쟁력있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것도 테크노센터의 선행 개발 시스템으로 개발비용을 줄인 덕분이다.

이 곳 관계자는 "센터는 신차를 개발하는 과정뿐만 아니라 르노그룹 산하 브랜드가 판매한 노후차의 품질까지 관여하고 관리하고 있다"며 "자동차의 일생을 책임지는 르노의 모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르노그룹이 아낌없이 투자한 테크노센터가 그룹의 심장부로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현장이 된 것이다. 

저작권자 © 오토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