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악트로스 '최고 연비' 근거를 대라

  • 입력 2014.07.28 23:30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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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톤 트럭 가운데 연비 효율성이 가장 좋은 차". 다임러트럭코리아는 28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신형 악트로스 발표 자리에서 "동급 최고 연비"를 거듭 강조했다.

라이너 게르트너 다임러 트럭 코리아 사장도 "악트로스는 동급 세그먼트에서 가장 높은 연료 효율성을 제공한다", "악트로스의 연비는 현재까지도 기네스 북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션별로 진행된 설명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다임러 트럭 관계자는 "악트로스는 볼보나 스카니아 등 다른 어떤 경쟁 트럭보다 효율적인 연비 성능을 갖췄다"고 말했다. 그는 "악트로스는 SCR 엔진과 에어로다이내믹 캡 디자인, 효율적인 부품 등을 사용해 가장 뛰어난 연비를 발휘 한다"며 기술적 부분에 대한 상세한 설명까지 덧 붙였다.

이들 뿐만이 아니다. 현장에서 만난 다임러트럭 관계자, 제품 설명을 맡은 담당자도 악트로스가 현재까지 '기네스 북 최고 기록'을 갖고 있고 동급 최고의 연비를 갖춘 대형 트럭임을 강조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의아스러운 것은 이 놀라운 연비가 구체적으로 제시된 자료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다임러트럭이 배포한 보도자료, 차량 설명서는 물론이고 다임러트럭 관계자들 누구도 연비를 묻는 질문에 정확한 답변을 내 놓지 않았다.

 

동급 최고이고 타사 경쟁모델보다 연비가 좋다는 근거가 무엇인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도 마찬가지였다. 다임러트럭코리아 관계자는 그 이유를 "대형 트럭 연비는 성능과 디자인, 그리고 어떤 화물을 싣고 있는지, 운전자의 성향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구체적인 수치를 내 놓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성능과 디자인에서 연비 차이가 있다는 것은 몰라도 악트로스에 실릴 화물과 운전자의 성향 때문에 연비를 공개하기 어렵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해명이다. 강제적으로 연비를 표시해야 하는 수많은 자동차도 사정은 같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의 해명대로라면 서로 다른 용도로 화물을 싣고 천태만상의 운전자가 모는 일반 승용차도 구체적인 연비는 표시를 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

더군다나 타사 경쟁모델보다 연비 효율성이 좋다고 홍보에 열을 올리면서 비교할 수 있는 기본적인 자료조차 공개하지 않는 것은 소비자를 우롱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정작 다임러트럭코리아가 연비를 공개하지 못한 이유는 다른데 있었다. 연비 수치를 묻는 거듭된 질문에 다임러트러코리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수치가 있지만 연비가 공개되면 소비자들의 불평과 불만 제기가 심해지기 때문에 비공개를 원칙으로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영업사원이 소비자에게 알린 연비가 실제 운행에서 나오지 않는 다는 이유로 소송이 걸린 사례가 실제로 있었다"고도 토로했다. 지난 해 다임러트럭코리아가 진행한 연비왕 대회에서는 이 회사 차를 구매한 소비자가 대회를 엉망으로 만들었다는 얘기도 전했다.

당시 이 소비자는 자신이 구매한 벤츠 트럭의 연비가 영업사원이 말한 것보다 적게 나온다는 이유로 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며 대회 참가 차량의 앞을 가로막는 등 시위를 벌였다고 한다. 이런 일이 수시로 벌어진다는 고충도 얘기했고 유사한 이유로 팔았던 차를 통째로 반납 받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종합해 보면 자체적이든 공인기관에서 실시한 연비 측정치든 제시가 되면 소비자들의 불평과 불만을 사는 표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공개를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대형 상용차 연비를 공개하지 않는 사례는 다임러트럭코리아 뿐만이 아니다. 대부분이 마찬가지이고 이유도 같다. 연비를 표시하도록 하는 강제 규정이 없다는 맹점도 있다. 그러나 다임러트럭코리아와 같이 경쟁사까지 거론하며 동급 최고 연비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홍보하려면 적어도 비교할 수 있는 자료는 내놔야 한다.

 

국내 대형트럭 차주들 대부분은 수년 째 제자리 수준인 운송료와 턱없이 오른 기름 값 부담에 허덕이고 있다. 이 때문에 '연비'는 이들에게 초미의 관심사고 또 차량을 선택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그런데도 대형 트럭 운전자들은 상용차 회사들이 비공식으로 제시하는 수치만을 믿고 억대의 차량을 구입하고 있다. 악트로스의 차량 가격도 1억 5000만원이다.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얼마든지 불만을 제기할 수 있고 시위를 할 수도 있는 사안이다. 일반 승용차와 달리 전 재산이 걸리고 생존권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임러트럭코리아 한 곳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아무런 근거도 없이 뜬 구름 잡듯 '동급 최고', '기네스 북 등재'를 내 세운 다임러트럭코리아는 따라서 경쟁사 모델보다 낮은 연비가 나왔을 경우, 그 책임을 져야 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1000km를 왕복한 악트로스의 연비가 만약 타사 차량보다 1리터 적게 나왔다면 한 차례 운행에 8만 원 이상 손해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정부도 대형 상용차의 연비를 표시하지 않아도 될 수 있도록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현행 법규를 다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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