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감성과 시트로엥 실용성 '그랜드 C4 피카소’

  • 입력 2014.06.01 23:21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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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티브 테크놀로지를 지향하는 시트로엥의 디젤 MPV 그랜드 C4 피카소(Grand C4 Picasso)를 시승했다. 2006년 처음 데뷔했고 현재 판매되고 있는 그랜드 C4 피카소는 지난 해 6월 유럽에서 출시된 2세대 버전이다.

출시 이후 2세대 그랜드 C4 피카소는 유럽 현지 유력 매체로 부터 호평을 받고 있고 지금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된 수는 8만대다. 국내에 들여 온 것은 지난 3월, 시트로엥 국내 공식 수입사인 한불모터스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레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아시아 지역 최초로 언베일링을 했다.

그랜드 C4 피카소의 가장 큰 특징은 대개의 프랑스産 자동차와 다르지 않는 독특한 디자인에 수입차 MPV 가운데 유일하게 디젤 엔진을 탑재했다는 점이다. 또한 7인승 MPV, 디젤 파워트레인도 충분히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요소지만 뛰어난 개방감, 효율적인 공간의 활용성, 평범치 않은 외관이 주는 프랑스식 독특한 감성은 빼 놓을 수 없는 그랜드 C4 피카소의 매력이다.

 

프랑스식 감성과 독특함으로 가득=일반적인 자동차의 스타일링에 익숙해진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그랜드 C4 피카소의 첫 느낌은 어색하다. 그러나 슬림한 라디에이터 그릴, 헤드라이트, 데이 라이트(주간전조등) 등 전면부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요소들은 독특한 매력을 보여준다.

엄청난 면적의 글라스, 최상단에 배치된 LED 주간등, 바깥쪽으로 확장된 더블 쉐브론 역시 생소하지만 시트로엥이 아니면 보여 줄 수 없는 그랜드 C4 피카소의 경쟁력이다. 대신 다른 부분에는 특별한 요소들을 가미하지 않아 간결한 풍채를 갖고 있다. 독특함과 평범하게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 후면부를 독특하게 해주는 것은 대형 테일램프다.

2단으로 분리된 테일램프는 기능상 같은 역할을 하고 있지만 얌전해 보이는 그랜드 C4 피카소의 숨겨진 강인함을 조금이라도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반면 두툼한 루프라인과 6개나 되는 측면 글라스 프레임은 이런 심플함과 괴리감이 있다. 테크노 스페이스로 구현된 실내는 실용적 측면으로 봤을 때 매우 효율적인 구성을 하고 있다.

실내는 PSA 그룹이 새롭게 선보인 EMP2 플랫폼이 적용되면서 이전 세대와 같은 전장(460mm)에도 휠 베이스는 2840mm으로 늘어나면서 더 넓어졌다. 덕분에 2열 도어를 통해 3열에 탑승하는 것도 큰 불편이 없다. 원터치 수납형 3열 좌석은 아주 깔끔하게 자기 모습을 감추고 3열을 접으면 645 리터, 2열까지 접으면 최대 1843리터까지 화물을 적재할 수 있다.

 

1열 시트의 등받이에는 2열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간이 테이블이 마련됐고 개구부가 넓고 지상고가 낮아 2열을 타고 내리는 편의성도 뛰어나고 편하다. 2열은 또 3개의 시트가 각각 독립적인 워크 쓰루 기능을 갖고 있다. 최대 150mm 이내에서 앞뒤로 조절이 가능하고 등받이는 각도를 조절할 수도 있다.

루프 선 바이저는 위로 당기거나 앞으로 밀어 낼수가 있다. 1열 등받이를 최대한 눕힌 다음, 선 바이저를 위로 당겨 전면 글라스의 면적을 최대화하고 루프 전체를 덮고 있는 파노라마 윈드 스크린를 개방하면 지금까지 어떤 차에서도 경험할 수 없었던 놀라운 개방감을 만끽할 수 있다.

그랜드 C4 피카소의 독특함을 가장 크게 느낄 수 있는 것은 대시보드의 구성이다. 스티어링 휠 너머에 있어야 할 클러스터가 보이지 않고 그 자리는 기어레버가 차지하고 있다. 클러스터는 센터페시아 상단으로 자리를 옮겼다. 대시보드 중앙에 위치한 디지털 인터페이스는 7인치 터치패드와 12인치 파노라믹 스크린으로 구분이 된다. 7개의 접촉식 버튼이 있는 7인치 터치패드는 내비게이션, 오디오, 전화, 차량 세팅 등의 기능을 조작할 수 있도록 했다.

12인치 파노라믹 스크린은 내비게이션 시스템 또는 차량 세팅 정보를 선택 설정할 수 있고 계기반 형태는 3가지 테마로 변경이 가능하다. 설정 후 재부팅을 해야만 테마 변경이 가능하다는 점과 한글텍스트가 지원되지 않는 다는 점을 빼면 그래픽이 아주 화려하고 시인성도 뛰어나 큰 만족감을 준다. USB를 사용하면 스크린 배경화면을 자신이 원하는 사진으로도 지정할 수 있다.

 

역시 디젤, 서울~부산 왕복하고도 여유=C4 파카소의 시승은 서울에서 부산모터쇼가 열리고 있는 부산을 왕복하는 구간에서 이뤄졌다. 3명의 운전자가 교대로 운전을 했고 가끔은 빠른 속도를 내며 달렸다. 탑재된 엔진은 유로6 BlueHDi(1997cc)다. 최대 출력은 150마력(4000rpm), 최대 토크 37.8kg•m(2000rpm)의 성능을 발휘하는 엔진이다.

눈여겨 볼 수치는 토크 성능이다. 2000rpm의 낮은 엔진 회전수에서 최대 토크가 발휘되는 만큼 실용영역대에서 충분한 토크감을 발휘한다. 정지상태에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 출발을 하면 엔진회전수는 4000rpm까지 치솟는다. 첫 번째 시프트업도 이 부근에서 이뤄진다. 100km/h의 속력에서 유지되는 엔진회전수는 1600rpm, 덕분에 이 속도에서 유지되는 순간 연비는 22km/l나 된다.

속도와 상관없이 일관성을 유지하는 안정감도 뛰어난 편이다. 어지간한 코너에서는 속도를 줄이지 않아도 차체가 균형감을 잃지 않았고 조금 기운다 싶어도 빠르게 복원이 된다. 반면 고속으로 이어지는 속도는 더딘 편이다. 차체가 주는 한계도 있지만 변속기의 특성상 빠른 가속의 능력보다는 부드럽게 상승하면서 일관성을 유지하는 능력이 더 뛰어나다.

변속기는 토크 컨버터 방식에 패들시프트까지 적용이 돼 있고 자동모드에서도 클러스터에 기어 단수가 표시되고 수동모드에서는 기어 단수를 높이라는 표시까지 해준다. MPV 차종이지만 더 재미있는 운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배려다.

 

그랜드 C4 피카소가 1세대와 다른 점은 이전 세대 모델보다 줄어든 중량 덕분에 차체를 다루기가 쉬워졌다는 것이다. 새로운 EMP2의 알루미늄, 매우 높은 항복강도를 가진 철제 등을 사용해 60kg정도를 줄였고 알루미늄 보닛과 테일 게이트에 합성소재를 적용해 40kg를 줄여 전체적으로 100kg이나 무게가 감소했다.

공차 중량은 1685kg으로 동급 파워트레인을 올린 SUV보다 가볍다. 가벼워진 차체만큼 핸들링과 라이드는 무난하고 쉽고 날렵하다. 서스펜션은 전륜 맥퍼슨 스트럿, 후륜 플렉서블 빔으로 구성이 됐다. 플렉서블 빔이 낮은 세그먼트에 주로 탑재되고 있는 서스펜션이라는 점이 염려됐지만 차체를 거칠게 움직여도 별 흠을 잡기는 어려웠다. 디젤에 MPV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정숙성과 승차감은 무난한 편이다.

서울에서 부산을 왕복하고 클러스터 게이지에는 아직 연료가 남아있었다. 중간에 트립 컴퓨터를 다시 설정하는 바람에 전 구간 주행 거리와 연비가 기록되지는 않았지만 399km 주행 평균 연비는 19.2km/l나 됐다.

 

서울~부산을 왕복하고도 연료가 남았고 연료탱크의 용량이 55리터라는 점을 감안하면 트립 컴퓨터에 표시된 고속도로 평균 연비는 별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랜드 C4 피카소의 복합 연비는 14.0km/l다.

디젤 차량의 뛰어난 경제성이 돋보이는 이유다. 여기에다 시트로엥 특유의 실용주의, 힘있는 운전이 가능한 파워트레인과 트랜스미션의 조합, 그리고 4290만원부터 시작하는 착한 가격을 감안하면 그랜드 C4 피카소는 동급 수입 MPV 가운데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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