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값 못 깍으면 바보..단일가격제 헛 구호

  • 입력 2011.11.23 09:37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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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차 업체들이 강력한 의지로 도입한 '단일가격제'가 실제 영업현장에서는 아직 정착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단일가격제는 10년 전 출범 직후부터 시행한 르노삼성차에 이어 올해 3월과 5월, 현대차와 한국GM, 기아차가 연이어 도입했다. 쌍용차를 제외하면 국내 업체 전체가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판매질서를 바로잡아 고객만족도를 높이겠다는 명분으로 도입한 단일가격제는 전국 어디에서나 동일한 가격에 자동차를 판매하고 차 값 할인 또는 판촉물을 영업점이나 사원 등이 임의로 제공하지 못하도록 한 제도다.

이들 업체들은 그동안 단일가격제를 위반한 영업점이나 영업사원에 대해 계약을 해지하거나 징계하고 심지어 대리점 소속 사원의 사번을 박탈하는 등 강력한 시행의지를 보여왔다.

그러나 외부적으로 정착된 듯 보이는 것과 달리 현장에서는 영업사원들의 차 값 할인 행태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케팅인사이트가 지난 22일 개최한 '2011 자동차품질 및 고객만족조사' 컨퍼런스 자료에 따르면 자동차 구입자 가운데 무려 53%가 영업사원이 제공하는 할인 혜택을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일가격제를 도입하지 않은 쌍용차를 제외해도 40%가 넘었다. 업체별로는 지난 5월부터 시행한 쉐보레가 63%로 가장 많았고 기아차 53%, 현대차 47%, 그리고 '대통령도 안 깍아 준다'고 장담해왔던 르노삼성차도 무려 41%의 소비자가 영업사원으로부터 차 값을 할인 받았다고 답했다.

영업사원들이 제공하는 할인금액은 쌍용차를 제외하면 평균 37.75만원에 달했고 금액으로는 현대차와 한국지엠이 각각 40만원으로 가장 컸다.

단일가격제를 도입한 이후 시행의지가 강했던 업체와 비교적 느슨하고 내성을 가진 업체별 차이도 매우 크게 나타났다.

현대차는 올해 3월 단일가격제 도입전 영업사원이 제공하는 할인혜택 비율이 56%에 달했으나 32%로 떨어져 국내 완성차 업체 가운데 가장 빠른 정착 속도를 보였고 기아차는 56%에서 37%로 감소했다.

반면 현대차와 같은 시기에 단일가격제를 도입한 한국지엠은 65%에서 61%로 감소하는데 그쳤고 르노삼성차는 같은 기간(2011년 3월 전.후) 41%에서 39%로 줄어드는데 그쳤다.

한편 한 업체의 지점장은 영업사원들의 개인 할인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직영 사원은 실적 달성에 대한 압박감이 심하고 대리점 사원은 수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라며 "이 때문에 차를 사 주는 조건으로 제시하는 고객들의 할인 요구를 무시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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