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리부 디젤, 파사트의 뺨을 때리다

  • 입력 2014.03.24 22:51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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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한국지엠 쉐보레 브랜드의 말리부 디젤은 '역사적 사명'을 갖고 데뷔했다. 올 한해 쉐보레가 내 놓는 유일한 신차이고 각 사의 자존심을 건 중형세단이자 스파크의 의존도를 낮춰 수익성을 개선하는데 일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한국지엠 관계자들이 최근 연 미디어 시승회에서 보여 준 자신감은 대단했다. 특히 폭스바겐의 중형세단 파사트와 비교해 "성능과 승차감이 한 수 위"라는 도발적인 발언도 여과없이 강조를 했다.

1964년 출시돼 50년을 이어 온 말리부의 역사, 그리고 원산지인 미국에서의 인기를 감안하면 이런 자신감은 허풍이 아닐 듯싶다. 그러나 선천적으로 강한 심장인 가솔린 엔진 대신, 디젤 엔진을 품고 있다면 뭔가 검증이 필요하다. 과연 파사트에 대적할 만한 내공(內功)이 있는지, 늦은 3월에도 봄을 시샘하는 변덕스러운 날씨가 이어진 날, 말리부 디젤로 한계령을 넘어봤다.

 

변함없이 이어지는 정숙성=특별한 기교없이 심플한 말리부 디젤의 겉 모습과 속은 가솔린 모델과 특별히 다르지 않다. 듀얼 포트 그릴, 사각형의 강렬한 듀얼 테일 램프까지 동일하다. 사양의 구성도 마찬가지다. 통합형 바디 프레임을 기반으로 후, 측방 경고시스템(RCTA),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SBZA)이 적용됐고 인피니티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 뉴 마이링크도 그대로 이어 받았다.

말리부 디젤의 관건은 성능과 연료의 효율성이다. 따라서 시승은 한국지엠이 거듭 강조한 것처럼 파사트와 겨룰만한 내공을 갖췄는지를 검증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우선 가장 중요한 심장은 독일 오펠의 카이저슬라우테른 파워트레인 공장에서 생산되는 디젤 엔진을 탑재했다.

2014년 워즈오토 올해의 엔진상을 수상한 GM 글로벌 파워트레인의 대표작인 이 엔진은 최고 출력 156마력, 그리고 1750rpm부터 2500rpm 사이의 실용 영역대에서 35.8kg.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한다.

유럽 시장에 앞서 소개돼 극찬을 받았던 정숙성은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강하게 전달된다. 아주 인상적이다. 엔진의 진동까지 아주 미세해 가솔린 세단으로 착각이 들 정도다. 이런 정숙성은 출발을 해서 낮은 속도와 중속, 고속으로 이어질 때까지 유지된다. 파사트와 비교를 해도 절대 부족하지가 않다.

이런 정숙성은 승차감으로 연결된다. 공간에서 큰 만족감을 주는 실내와 더불어 정숙성이 보태지면서 한계령 초입까지 닿는 구간에서는 더 없는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한계령을 오르는 와인딩 로드에서는 핸들링과 순발력, 섀시의 견고함을 점검했다.

가볍게 반응하는 스티어링 휠은 호불호가 엇 갈렸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설정이 불만이지만 또 다른 시승 운전자들은 별 이의를 달지 않았다. 대신 험한 와인딩을 비교적 민첩하게 받아 들인다. 전륜 맥퍼슨 스트럿, 후륜 4링크 서스펜션, 전륜과 후륜의 V디스크, 디스크로 구성된 제동장치, 그리고 랙 앤드 피니언 스티어링으로 조합된 견고한 섀시 덕분이다.

 

공들인 만큼 발휘되는 경제성=가파른 고갯길을 치고 오르는 구간에서는 조금 가뿐 숨을 보인다. 수동모드로 전환해 rpm을 올려가며 발진의 재미를 느끼고 싶었지만 버튼을 눌러 기어를 올리고 내리는 일이 번거로워 바로 포기를 했다. 반면 추월 등 빠른 속도를 순간적으로 내려고 할 때 오버부스트의 기능은 위력을 발휘한다. 기본 35.8kg.m의 토크 수치가 이 순간 38.8kg.m까지 상승하기 때문이다.

한계령을 내려와 동해고속도로에서 빠르게 속력을 내봤다. 말리부 디젤의 진가는 여기에서 나타난다. 속도가 오를 수록 차체의 안정감이 배가되고 엔진회전수의 움직임도 차분하고 분명해진다. 풀 악셀을 하면 엔진 회전수는 5000rpm까지 상승을 한 후 제자리를 잡는다. 100km/h의 속도에서는 1800rpm이 유지되고 이러한 움직임은 연료 효율성에도 영향을 준다.

동해고속도로에서 제 속도를 유지하면 평균 연비는 20km/l를 넘어서기도 했다. 차분하게 연비에 신경을 써서 운전을 한다면 13.3km/L(복합연비)의 인증 연비는 가볍게 뛰어 넘을 수 있다. 종합적인 평가를 하자면 말리부 디젤은 딱 이런 정도다. 차분하게 달리는 능력은 파사트와 견줄만하지만 무난하게 달리는 평범한 성능은 부족함이 느껴지고 연비는 등락의 폭이 크기는 하지만 보통의 디젤 세단과 별반 차이가 없다.

 

분명한 것은 디젤 세단이 많지 않은 국산차 시장에서 말리부 디젤의 등장이 매우 반갑다는 점이다. 선택의 폭을 넓혀줬고 적어도 독일산 디젤 모델들과 버겁기는 해도 어느 정도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기대를 해도 될 듯하다.

말리부 디젤의 판매가격(자동변속기 기준)은 LS디럭스 2703만원, LT디럭스는 2920만원, 동급의 유럽산 디젤 모델들은 대부분 4000만원대로 가격 경쟁력까지 보태지면 승산도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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