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본질이 달리기? 인간이 우선

  • 입력 2014.03.16 23:36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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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자동차를 강제로 사는 사람은 없다. 누군가의 권유를 받고 또는 발품을 팔거나 인터넷을 포함한 다양한 매체에서 얻은 정보를 토대로 선택을 한다. 어떤 경로이든 최종 선택의 몫은 자신이다.

어렵게 선택한 만큼 대다수의 소비자는 소소한 문제에도 예민하게 반응을 한다. 소음, 진동, 연비 등 불만의 유형도 각양각색이다. 완성차업체들은 그러나 눈에 보이는 결함이 아니면 감성문제로 책임을 돌리기 일쑤다. 소음이나 진동은 그 차의 특성으로 둔갑을 할 때도 있고 연비는 바른 운전을 하지 않은 운전자의 책임이 되기도 한다. 그러면서 소비자들의 불신과 불만 수위는 갈수록 높아졌다.

소비자들이 제기하는 불만은 상당수 자기 체험에서 나온다. 눈에 보이고 몸으로 직접 경험한 생생한 불만들이다. 자동차를 만들고 파는 쪽에서 발견하기 어려운 문제점들이 드러나는 경우도 많다. 반면 이런 불만들이 엉뚱한 곳에서 불거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연비다. 차량에 표시된 연비 정보가 실제 운전에서 절대 나오지를 않는다는 불만이다.

수없이 많은 차를 시승하면서 실 연비가 자동차에 표시된 수치 이하로 기록된 사례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한 했다. 마구잡이로 달리는 성능위주의 시승을 빼면 대부분의 차는 표시연비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연비왕 대회에서 상위권을 차지한 운전자들도 마찬가지다. 연식이 꽤 오랜된 차를 가지고 출전을 해도 표시연비를 훌쩍 넘기는 것이 보통이다.

이런 불만이 나왔을 때 완성차 업체들의 대응은 한결같다. 차량의 특성을 이해지하지 못한 운전습관, 도로조건 등으로 면피를 하려고 한다. 그러면서도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이를 해소하려는 완성차 업체는 한 곳도 없다.

수년 전, 5명의 일반운전자를 대상으로 실험을 한 적이 있다. 서울에서 춘천까지 가는 길은 평소의 운전습관대로 운전을 하도록 했다. 춘천에 도착해서는 1시간 가량 에코드라이브 교육을 한 후 되돌아와 각각의 연비를 측정하는 실험이다.

 

과속과 추월까지 곁들여 평소의 습관대로 운전을 한 구간에서의 연비는 5명의 운전자가 모두 각 차량에 표시된 연비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교통안전공단 전문가로부터 에코드라이브 교육을 받은 후 되돌아 온 구간에서는 모두 표시연비보다 20% 이상 높은 실연비를 기록했다. 교육의 힘이다.

서울시가 버스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친환경 운전 체험교육을 실시한 결과는 더욱 놀랍다. 시내버스 운전자 3469명의 교육 전후 운전기록을 비교했더니 평균연비가 1ℓ당 5.80㎞에서 7.81㎞로 34.6%나 개선됐다.

완성차 업체들의 마케팅은 차를 더 많이 팔기 위한, 그리고 차량 관리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애프터서비스의 개념에서 진보한 새로운 형태의 비포서비스 역시 차량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마찬가지다. 만약 완성차 업체들이 서울시와 같은 체험 교육 프로그램을 직접 구성하고 시행한다면 그 효과는 엄청날 것으로 기대된다.연비 뿐만이 아니다.

2012년 교육생의 전년도 교통사고 기록을 확인한 결과 사고 건수는 8%, 부상자 수와 중상자 수는 각각 14%와 36%가 줄었다. 급출발과 급제동 등 각 운전자의 나쁜 운전습관을 교정하는 체험교육의 효과는 이렇게 상상한 것보다 크다.

실 연비는 전문가의 시승과 연비왕대회, 서울 시내버스 운전자들이 보여준 것처럼 상승을 할 것이 틀림없다. 연비 뿐만이 아니다. 어렵게 개발해 적용한 새로운 기술들을 소비자들이 직접 체험하고 활용하는데 따른 홍보 효과, 올바른 차량 관리로 고장이 줄고 내구성이 늘어나는데 따른 신뢰, 거북선 제네시스, 눈길 견인, 쿠킹호일 등과 같은 엉뚱하고도 소소한 오해와 불만들도 사라질 수 있다.

BMW가 영종도에 짓고 있는 드라이빙센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곳에서는 앞서 언급한 다양한 고객 체험 프로그램이 실시될 예정이다. 잘 나가는 BMW가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는 것이다. 반면 국내 시장의 70% 이상을 지배하고 있는 현대차는 왕 처럼 모신다는 '고객'들에게 변변한 체험기회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도 그런 계획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당장 눈에 보이는 실적에 급급한 마케팅의 효과는 일시적이다. 매번 단기적이고 새로운 아이템을 짜내야한다. 실적 효과는 크게 보일지 몰라도 지금 국내 완성차 업체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위험수위에 도달해있다. 수입차의 성장세에 가장 크게 기여를 하는 것도 국산차에 대한 불신과 반발심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차를 만들어 낸다고 해도 이런 잠재적인 불만들을 해소하지 않으면 수입차에 시장을 빼앗기는 시간은 그만큼 단축이 될 것이다. 따라서 고객들에게 자동차를 올바로 이해시킬 수 있는 완성차 업체들의 노력이 절실하다.

따라서 완성차 업체들은 추첨을 해서 경품을 주고 차 값을 할인해 주고 뭘 더 껴주고 하는 것보다 자동차의 본질은 사람과 이들로부터 나오는 신뢰라는 것으로 인식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잘 만든 차를 소비자들이 제대로 탈 수 있도록 뭘 좀 알려 달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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