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클래스, 메르세데스 벤츠 영역 확장의 첨병

  • 입력 2014.03.04 00:41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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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화려한 차를 만들던 고급 브랜드들이 어느 때부터인가 소형차 시장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이를 놓고 대형 고급 차량의 수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고 엔트리 카의 선택폭을 넓혀 자연스럽게 충성고객으로 유입시키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을 내 놓는 이도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 BMW는 1시리즈를 내놨고 아우디는 A3, 그리고 메르세데스 벤츠는 해치백 A클래스와 준중형 B클래스로 대응을 하면서 일반 브랜드보다 더 뜨거운 콤팩트 모델 경쟁을 벌여왔다. 그러나 프리미엄 브랜드의 콤팩트 모델 경쟁에서 벤츠는 늘 부진했다.

절치부심 끝에 지난 1월 내 놓은 CLA 클래스의 전망도 밝지가 않았다. 4630만원이나 하는 비싼 가격 때문이다. 경쟁 모델인 BMW 1시리즈(120d)가 4330만원, 아우디 A3(2.0 TDI 다이나믹)는 가장 비싼 트림이 4090만원에 팔리고 있으니까 아무리 벤츠의 명성이 보태져도 가격의 열세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고 본 것.

그런데 시장의 반응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로 나타났다. 지난 1월을 기준으로 CLA클래스는 모두 201대(CLA 45 AMG 4매틱 2대 포함)가 팔렸다. 숫자는 미미하지만 영업 일이 보름 남짓에 불과했기 때문에 한 달 내내 영업을 했던 BMW 시리즈(206대), 아우디 A3(122대)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괄목할 만한 실적이 아닐 수 없다.

 

정통 스포츠 쿠페, 절묘한 승부수=가장 먼저 눈에 띈 루프 라인은 평범하다. 날렵하지도 않고 A필러에서 C필러로 연결되는 곡선에도 특별한 기교가 없다. 다만 A필러에서 시작한 좁은 프레임이 C필러에서 면적을 넓혔고 높아진 벨트라인, 리어 도어에서 간격을 좁힌 사이드 캐릭터 라인으로 구성된 측면에서 스포츠 쿠페를 추종했음이 드러난다.

벤츠를 상징하는 앰블럼을 라디에이터 그릴의 중앙에 배치하는 아방가르드 디자인이 적용된 전면은 매우 강한 느낌이 든다. 그릴을 가로지르는 라인은 단 한 개뿐이고 데이라이트와 방향지시등까지 하나로 모은 헤드 라이트, 그리고 큼직한 에어인테이크 홀의 구성이 간결한데도 그렇다.

헤드 라이트는 일반 할로겐 램프보다 광도가 높은 제논 라이트가 적용됐다. 야간 주행 시 운전자의 시야 확보가 용이하고 반대편 차량에서 비추는 라이트로 인한 눈부심 현상까지 막아주는 기능을 갖고 있다. 후면은 야무지다. 리어 라이트는 씨앗처럼 처음과 끝이 분명하고 방향지시등과 미등까지 품고 있다. 듀얼 머플러 외에는 다른 부위와 마찬가지로 특별한 기교를 부리지 않았다.

길이와 너비, 높이는 4630mm, 1775mm 1435mm다. A클래스 해치백보다 길이는 32.5cm 길고 폭은 5mm 더 넓다. 풍부하고 여유 있는 사이즈와 잘생긴 이목구비 덕분에 쿠페형 세단을 컨셉으로 한 CLA 클래스의 외관은 당당하다.

반면 인테리어에는 적당한 기교와 사치를 부렸다. 중앙에 원형의 에어벤트가 3개, 그리고 대시보드의 양쪽에 2개가 배치됐다. 크고 많기 때문에 실내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중앙 에어벤트의 위쪽에는 원래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 것처럼 생뚱맞은 내비게이션이 있다. 주변과의 부조화는 여전하지만 터치로 작동이 되고 익숙한 지니맵을 쓴다는 점에서 반가운 사양이다.

 

시동을 걸면 '등록되지 않은 단말기'라는 멘트가 나온다. 손에 익은 대로 룸 미러를 살펴보지만 찾을 수가 없다. 설명서를 찾아보고 부산을 떤 끝에 글로브 박스에 숨겨져 있는 하이패스 단말기를 찾을 수 있었다. 버튼류는 부산하다. 센터페시아에는 사용 빈도가 얼마나 될지 알 수 없는 숫자 버튼이 가장 많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고 시트열선과 비상경고등 스위치를 기준으로 아래쪽에는 공조장치 컨트롤 스위치가 또 자리를 잡고 있다.

시트는 감촉이 뛰어나고 앉았을 때의 느낌도 편하고 안락하다. 앞 좌석 시트는 모두 전동으로 조절이 가능하다. 불만은 의외의 설정에서 나온다. 컬럼 시프트가 적용되면서 전석은 꽤 많은 공간을 제공한다. 그러나 2875mm의 휠 베이스를 가지면서 1시리즈(2660mm), A3(2637mm)보다 큰 공간을 갖고 있지만 전석과 달리 후석은 효용성이 크지가 않다. 천장이 낮아 성인은 머리가 닿기 일쑤고 센터 터널까지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km/l의 경제성에 무난한 주행력=시승차는 1.8리터 직렬 4기통 디젤 엔진에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탑재한 CLA 200 CDI, 최고출력은 136마력. 최대토크는 30.6kg.m(1600~3000rpm)의 동력성능을 갖고 있다.

기본 엔진 회전 영역대부터 최대토크가 발휘되기 때문에 출발부터 차체를 밀어붙이는 힘이 인상적이다. 반면 토크의 순발력이 끝까지 이어지는 힘은 상대적으로 부족해 최고속에 도달하는 시간은 더딘 편이다. 공식적으로 CLA 클래스의 정지상태에서 100km/h 도달 시간은 9.4초다.

첫 번째 시프트 업은 엔진회전 수 2800rpm, 속도는 30km/h에서 이뤄진다. 그리고는 경쾌한 변속감이 이어진다. 빠르고 거친 가속에도 앞바퀴 굴림 구동 방식의 특징인 안정적인 조향감도 만족스럽다. 주행 모드를 에코, 스포츠, 그리고 수동모드로 전환해가며 운전상황에 맞도록 설정할 수도 있다.

디젤엔진에 대한 불편한 선입견도 느끼기 어렵다. 진동, 소음의 적극적인 차단으로 속도가 붙을수록 정숙성이 더 뚜렷해진다. 그러나 이런 정숙성이 승차감으로까지 연결되지는 않는다. 감성의 차이는 있겠지만 승차감에 있어서는 C클래스 이상의 상급 모델과 확연하게 구분이 되기 때문이다.

 

달리는 맛은 삼삼하다. 체급에서 오는 한계를 완벽하게 극복하지는 못했지만 치고 달리는 순발력과 조향력은 믿고 달리기에 충분한 기본기를 갖췄다. 전륜과 후륜 모두 멀티링크 서스펜션이 적용됐고 제동장치는 V디스크, 랙 앤드 피니언 스티어링으로 구성된 섀시도 단단하고 야무진 주행을 돕는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분명하고 즉각적인 조향력이다. 대둔산 남쪽을 휘도는 배티고개 와인딩에서 CLA클래스는 차체의 좌우 흔들림없이 운전자가 잡아 채는 방향으로 정확하고 신속하게 앞머리를 돌리며 노면을 장악한다. 강한 쪽으로 세팅된 서스펜션은 도로의 굴곡을 여과없이 전달해주는 단점이 있기는 했지만 거친 운전에도 안정된 자세를 유지하며 고분고분하게 순종을 한다.

인상적인 것은 또 있다. 500km가 넘는 주행에서 기록한 연비가 무려 5.0l/km, 우리 식으로 계산하면 20.0km/l나 됐다는 점이다. 차가 정지하면 시동을 끄고 출발을 하면 다시 걸어주는 ISG(Idle Stop & Go)도 뛰어난 연비를 달성하는데 한 몫을 했다.

전반적으로 무난한 주행능력을 보여준 CLA클래스의 첨단 사양도 빼 놓을 수 없다. 스스로 주차 공간을 찾아내는 액티브 파킹 어시스트와 주행 안정성, 승차감을 향상시켜주는 어댑티브 브레이크,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 등의 편의사양이 제공된다. 가격은 463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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