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ain 2006' 기아차 플래그십 K9 지향점을 찾다

  • 입력 2014.02.24 23:49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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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플래그십 K9의 전신인 오피러스의 시작은 미약했다. 2003년 출시돼 잠시 꿈 같은 시절을 보내기는 했지만 잠시였을 뿐 월 평균 300대, 많을 때도 500여대라는 기대 이하의 판매가 계속 이어졌다.

반전이 시작된 것은 2006년이다. 외관 전체의 볼륨감을 살리고 전면의 라디에이터 그릴을 촘촘하게 바꾼 페이스리프트가 출시되면서 곧 바로 판매가 급증을 했기 때문이다. 그냥 늘어난 것이 아니다. 월 판매량은 3000대로 급증했고 단 박에 현대차 에쿠스, 쌍용차 체어맨을 누르고 대형세단 부동의 베스트셀링카가 됐다,

2012년 5월, 오피러스의 바통을 이어 받은 K9도 출시 초기 디자인에 대한 논란이 시작됐고 가격 저항이 심해 연간 5000대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는 진작 포기를 했다. 하지만 최근 출시한 페이스리프트 2014년형 K9의 판매는 2006년 오피러스와 유사하게 급증하고 있다.

출시 2달 만에 약 1000대 가까운 계약이 성사됐고 2월에는 대형 세단 가운데 가장 많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다. 2006년 오피러스의 페이스리프트가 대박을 쳤던 신화가 지금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세심한 변화, 공들인 흔적이 역력=2014년형 K9의 가장 큰 변화는 디자인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가능한 많은 것을 털어내고 독창적인 스타일을 구축하는데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하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크기를 늘리고 호랑이 코의 패밀리룩을 단순화해 더욱 공격적인 이미지로 개선이 됐다. 면발광 타입의 LED 포지셔닝 램프는 수평 길이를 늘리고 위치도 좀더 아래쪽으로 내려 배치해 안정감을 살렸다.

기존 헤드램프 내에 적용된 LED 주간 보조등은 포그램프의 상단으로 옮겨졌다. 길이까지 늘려 가시성을 높인 것도 변화 가운데 하나다. 측면부 펜더 가니시의 크롬 테두리 두께와 비율, 화이트 컬러로 변화를 준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의 LED 방향 지시등 렌즈 커버까지 더해져 기존 모델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여준다.

실내의 변화도 많다. 블랙하이그로시 재질로 마감처리 한 센터페시아와 우드그레인 및 크롬재질로 감싼 도어 등 인테리어 주요 부위의 디자인과 재질이 고급스러워졌다. 이 밖에도 전동식 세이프티 파워 트렁크를 전 모델에 기본 장착하고 횡방향 장애물 감지 기능이 추가된 후측방 경보시스템, 동승석 메모리 시트, 뒷좌석 암레스트 USB 충전단자 등도 새로 추가됐다.

 

K9의 움직임은 여전히 최고=시승차는 3342cc V6 DOHC 직분사 엔진을 탑재, 최고 300마력/6400rpm의 출력과 최대 35.5kg,m/5200rpm의 토크 성능을 가진 5590만원짜리 3.3 GDI 이그제큐티브. 트랜스미션은 8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했다.

주행은 여전히 매끄럽고 직관적이다. 엄청난 덩치에도 응답성은 여전히 빠르고 민첩하다. 일단 가속이 붙으면 속도의 상승폭을 알아채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빠른 가속 능력을 보여준다. 이런 가속 능력이 매우 정숙한 상태에서 연결된다는 점도 K9의 장점이다.

대형, 그리고 프리미엄 세단에서 요구되는 차분한 운동성능은 국산차 가운데 단연 최고이고 수입차와 비교해도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려운 수준이다. 엑셀레이터를 가볍게 밟아도 묵직한 토크감을 느끼기 전에 속도계는 아주 빠르게 도로의 여건상 감속을 해야하는 한계점까지 도달한다.

전후 서스펜션을 모두 차체의 쏠림을 최소화하는데 탁월한 능력이 있는 멀티링크 서스펜션을 적용한 덕분에 코너 구간에서의 좌우 흔들림도 크지가 않고 노면의 충격도 깔끔하게 차단을 한다. 특히 2014년형이 나오면서 더 다듬어진 서스펜션의 댐핑 스트로크는 적당한 무르기로 세팅이 돼 있어 지나치게 부드럽지 않으면서도 너무 단단하지도 않아 딱 알맞게 반응을 한다.

랙 액피니언 스티어링에서 발휘되는 조향감, 모든 속도의 영역에서 차분하게 유지되는 정숙성도 데뷔 당시에 모두를 놀라게 했던 그 수준과 다름이 없다. 엔진의 소음과 진동은 실내 유입이 완벽하게 차단됐고 고속에서의 풍절음도 정숙하기로 소문난 렉서스의 모델들과 별반 차이가 없다.

또한 부드러운 주행과 안락한 승차감을 돕는 노멀모드와 스포티한 주행과 견고한 승차감을 제공하는 스포츠 모드, 그리고 후륜 구동의 단점을 보강해주는 스노우 모드와 경제운전에 최적화된 에코모드를 주행 특성에 맞춰 주행이 가능하도록 하는 통합제어시스템이 주는 운전의 재미도 쏠쏠하다. 

 

새로운 포지셔닝이 준 놀라운 변화=기아차는 K9 2014를 출시하면서 기존 6개의 트림을 5개로 줄였다. 3.3 모델은 프레스티지와 이그제큐티브로 분류하고 3.8 모델은 노블레스, VIP, RVIP로 나눴다. 주목할 것은 3.3모델의 엔트리 트림인 프레스티지의 가격을 4990만원에 책정했다는 점이다. 기존 K9의 최저 가격이 5166만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지 않아도 파격적인 구성이다. 3.8 모델의 주력 트림인 노블레스의 가격도 6260만원으로 책정이 됐다.

이런 구성은 K9이 처음 데뷔했을 때 논란의 빌미가 됐던 비싸다는 인식을 해소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에쿠스와 제네시스의 중간이라는 애매한 포지션이 제네시스쪽으로 치우지며 자리를 잡는 계기가 됐다. 이런 요소들이 더해져 판매에도 도움이 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대형세단은 선택의 폭이 넓지가 않다. 국산차라고 해 봐야 현대차 에쿠스, 쌍용차 체어맨 그리고 기아차 K9이 전부다. 가격, 유지비용 등 모든 면에서 수입차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세그먼트가 올라 갈 수록 국산차는 늘 부진했다. 지나치게 무게감이 강조된 국산 대형 세단에 대한 거부감이 컸기 때문에 소비층을 다양화게 흡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디자인과 가격이 대폭 손질된 K9의 주 고객층이 빠르게 40대 중반의 중년층으로 내려오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가격과 유지비에 대한 부담을 덜고 대형세단에 요구되는 기본기가 충족되면서 폭 넓은 고객층을 확보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기아차도 소비층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 큰 희망을 갖고 있다.

따라서 기아차 스스로가 역대 페이스리프트 가운데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고 자신하는 2014년형 K9이 오피러스의 판매가 8배 이상 급증을 했던 2006년의 신화를 다시 재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프리미엄 대형세단 시장을 호령했던 그 때의 영광이 다시 되돌려지고 있는 것이다. 2014년형 K9의 가격은 3.3 프레스티지 4990만원, 이그제큐티브 5590만원, 3.8 노블레스 6260만원, VIP 6830만원, RVIP 783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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