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없이 달리는 닛산 패스파인더

  • 입력 2014.02.21 16:50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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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닛산이 무려 7명이나 태울 수 있는 패스파인더(Pathfinder)를 내놨다. 공간으로 따지면 요즘 많이 소개되고 있는 미니밴과 대등한 크기를 갖고 있지만 차종은 SUV다.

패스파인더는 1986년 데뷔해 20년 가까운 역사를 갖고 있다. 긴 세월 동안 3번의 풀 모델 체인지를 거쳤고 지난 1월 국내 시장에 소개된 패스파인더는 4세대 모델이다.

4세대 패스파인더는 대부분의 장비를 닛산의 럭셔리 브랜드인 인피니티의 것으로 채웠다. 플랫폼은 인피니티 QX60과 공유하고 있고 파워트레인, 풀 타임 4WD의 구동방식과 전자식 CVT 트랜스미션의 구성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같은 7인승이고 실내 인테리어 역시 기본 포맷이 엇비슷하다. 닛산 앰블럼을 붙이고 있지만 상품성은 인피니티에 더 가깝다.

한국닛산이 서둘러 패스파인더를 들여온 이유는 최근 한국 자동차 시장의 주류가 다목적 차량으로 쏠리고 있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미니밴, MPV, SUV와 같이 활용의 폭이 다양한 차종들이 판매 볼륨을 올리고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핵심 차종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이런 노림수답게 패스파인더는 아직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인피니티와 같은 럭셔리 브랜드의 상품성에 비견할 수 있는 높은 퀄리티와 최대 7명이 탈 수 있는 여유있는 공간, 또 무시할 수 없는 가격 경쟁력으로 다른 모델들을 위협하고 있다..

 

닛산 SUV 라인업의 맏형다운 진중한 디자인=5m가 넘는 전장(5010mm)과 2m에 달하는 전고(1960mm)가주는 위압감이 상당하다. 매끄럽게 유지돼왔던 닛산 SUV 라인업의 특징들을 무시하고 근육질로 변신해 토요타의 툰드라와 같은 ‘헤비트럭’에 버금가는 카리스마가 짙게 풍긴다.

전면은 다분히 전투적이다. 두툼한 크롬이 라디에이터 그릴에 V자 형으로 자리를 잡았고 헤드라이트의 둘레와 범퍼 하부의 에어 인테이크 홀 아랫단에도 적용했다. 화려하고 독특하기로 유명한 일본의 갑옷 니혼캇추(日本甲胄)가 연상된다. 그러나 비교적 심플한 구성에 화려한 장식들이 지나치게 반영되면서 중후한 맛은 떨어진다.

다행이 측면과 후면은 가능한 디자인 요소들을 많이 배제시켰다. 측면은 사이드 가니쉬를 빼면 눈에 띄는 캐릭터 라인 하나 없이 매끄럽게 처리했다. 그러면서도 도어핸들을 리듬감있는 라인으로 처리하고 휠 아치의 볼륨 라인을 전면의 후드를 거쳐 라디에이터 그릴까지 연결해 포인트를 줬다.

후면은 리어 글라스와 테일 램프의 라인을 같은 경사로 적용해 안정감을 살렸다. 범퍼가니쉬와 테일게이트의 도어핸들에는 크롬을 추가해 적절한 사치를 부렸다.

 

미니밴에 육박하는 실내 공간= 패스파인더의 휠 베이스는 2900mm, 차체의 사이즈는 대개의 중형 SUV와 비슷하지만 공간만 놓고 보면 대형 SUV나 미니밴과 비슷한 수준이다. 패스파인더보다 차체가 큰 상위 SUV 모델 휠 베이스도 대부분 3000mm를 조금 넘는 수준이며 일본산 미니밴도 대개 그 수준이다.

제법 넓은 공간을 확보한 덕분에 시트의 구성은 이런 미니밴들과 같은 7인석(2+3+2)으로 구성이 됐다. 그러나 3열의 활용성은 크지 않다. 2열 시트의 접힘이 넓은 개구면적을 확보해 타고 내리는 불편은 크지 않지만 장시간 앉아있기에는 무릎공간이 너무 좁기 때문이다. 반면 평면 폴딩이 가능한 3열을 포기하면 2열과 트렁크 공간을 더 넓게 확보할 수 있다.

인테리어의 구성은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인피니티의 맛이 농후하다. 센터페시아와 클러스터, 스티어링 휠에배치된 버튼류의 구성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잘 정돈돼있고 일목요연하지만 너무 오래 봐왔다는 점에서 지루한 감은 숨길 수 없다. 일관성도 중요하지만 차종, 차급에 따라 고유한 개성이 있는 구성이 아쉽다.

시프트와 암레스트의 사이에는 4륜 구동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다이얼이 배치돼있다. 패스파인더는앞 바퀴 굴림이 기본 구동방식이지만 이 효율적인 4륜 구동 시스템을 활용하면 운전의 재미가 더해진다. 일반적인 도로에서는 2WD, 그리고 노면 상태의 변화가 큰 도로에서는 자동(AUTO) 그리고 험로에서는 위력이 큰 4WD LOCK을 선택하는 식이다.

자동 구동방식을 선택하면 클러스터의 트립 디스플레이의 그래프를 통해 동력이 어떻게 전달되고 있는지를 직접 확인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출발을 하거나 빠르게 가속을 할 때, 또는 급 가속할 때, 그리고 노면 상태가 고르지 않은 곳을 지나면 자동으로 뒷바퀴의 굴림 상태가 그래프로 보여진다.

 

강점은 정숙성, 단점은 가솔린=패스파인더에는 3.5리터 V6 DOHC VQ35DE 가솔린 엔진이 탑재됐다. 출력은 최고 263마력/6400rpm, 토크는 최대 33.2kgm/4400rpm을 발휘하고 닛산이 자랑하는 뉴 엑스트로닉(Xtronic) CVT가 올려졌다.

무단변속기에 관한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닛산답게 주행의 전 과정에서 속도의 급격한 변화를 매끄럽게 받아들이는 능력은 단연 최고다. 반면 변속기의 수동모드는 적용이 되지 않았다. 패들 시프트도 생략이 돼 있어 박진감있는 운전의 재미는 상쇄가 된다.

그러나 기본기가 충실한 만큼 달리는 맛은 제법 삼삼하다. 오래되기는 했어도 VQ엔진에서 고르게 뿜어져 나오는 출력은 운전자가 요구하는 가속의 기대감에 믿음직스럽게 반응을 하고 100km/l의 정속주행을 하면 1400rpm을 유지하는 엔진회전수가 제공하는 정숙성도 만족스럽다.

독립식 스트럿(전륜), 멀티링크(후륜), 벤틀레이티드 디스크가 중심이 된 섀시는 거친 운전에도 뛰어난 차체 안정감을 제공한다. 또한 5m가 넘는 긴 전장에도 코너링 주행시 크게 의식할 필요가 없는 최소의 롤 각을 제공해 전반적으로 무난한 주행 능력을 발휘한다.

아쉬운 점은 연비다. 시승을 마치고 기록된 연비는 8km/l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동급의 디젤 SUV들이 제공하는 수치와 확연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엔진 라인업에 한계가 있는 만큼 2WD, 또는 미국시장에서 많이 팔리고 있는 하이브리드 모델의 투입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패스파인더의 국내 판매가격은 5290만원(VAT 포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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