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사보다 더 두려운 도로의 무법자 '렌돌이'

  • 입력 2014.02.07 00:45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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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인 강 모씨는 얼마전 공항 방면 올림픽도로를 달리다가 식겁을 했다. 납품 시간이 다가오면서 마음이 급하기는 했어도 변덕스러운 날씨때문에 속도를 줄이고 조심스럽게 운전을 하던 중 반포대교 남단 인근에서 갑자기 끼어든 차 때문이다.

조금만 더 빠른 속도였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아찔한 순간이었지만 상대차는 미안하다는 표시도 없었고 더 속도를 내며 차로를 넘나드는 곡예운전을 했다. 강 씨는 시야에서 빠르게 사라지는 차를 보며 "저러다 사고 나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걱정은 바로 현실이됐다. 여의하류로 진입하는 초입에서 곡예운전을 하던 차가 도로옆 차량을 들이 받고 처참하게 부서져 있었기 때문이다. 강 씨가 더 놀란 것은 운전을 한 것으로 보이는 사람이 너무 어려보였다는 것. 기껏해야 20살 남짓한 나이였다. 그리고 그가 운전한 차는 '호'자 번호판이 달린 렌터카였다.

저연령대, 그리고 운전면허를 갖 취득한 초보운전자들이 렌터카를 빌려 타는 소위 '렌돌이'들이 새로운 도로의 무법자로 등장을 했다. 운전이 익숙하지 않은데도 과속을 예사로 하고 교통법규를 무시하는 것도 모자라 기본적인 안전수칙조차 지키지 않으면서 '김여사보다 더 두려운 존재'가 된 것.

저연령대 또는 초보운전자들이 아닌데도 렌터카 운전자들은 기본적으로 운전을 거칠게 한다는 지적도 있다. 자기 소유가 아닌 빌린 차량을 운전하면서 방어보다는 공격적인 운전을 하려는 심리가 강하고 설령 사고가 나도 렌터카공제조합 또는 보험사가 알아서 처리를 해주는, 내가 손해 볼 것이 없다는 심리때문이다.

손보사 관계자는 "렌터카 대여는 운전면허를 취득한지 1년이 경과해야 가능하지만 다른 사람 명의로 대여를 받아 운전을 하는 저연령층 운전자들이 사고를 내거나 거친 운전을 하는 경우도 많다"지적했다.

또한 영세한 렌터카 업체들이 운전 경력, 사고 이력 등을 살피지 않고 무조건 대여부터 하는 경쟁을 벌이면서 교통사고의 빈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손해보험협회 자료에 따르면 20세 미만 렌터카 운전자에 의한 사고 비율은 연평균 사고건수보다 50%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여름 휴가철 등에는 젊은층의 렌터카 사용이 늘면서 20대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14.1%)가 평상시(13.7%)보다 폭증을 하기도 한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20대 운전자의 경우 다른 연령대 운전자보다 안전운전과 준법의식이 약해 신호위반이나 끼어들기 등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렌터카는 새로운 도로의 무법자라는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자기 차가 아니라는 인식, 서툰 운전, 과시용 차량 대여, 익숙하지 않은 도로 정보 등으로 다른 운전자들을 위협하는 '도로의 시한폭탄'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이유다.

이와 관련 전국렌터카공제조합 관계자는 "렌터카의 경우 불특정 운전자에 대한 직접적인 안전관리가 어렵고 사업의 특성상 대여자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것도 쉬운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문제는 대여자 스스로의 안전의식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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