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시에나는 침대가 아니라 자동차

  • 입력 2014.02.06 00:23
  • 기자명 김흥식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모일모시, 덩치 큰 사내 5명이 중부고속도로 하남 만남의 광장에 모였다. 새벽이 오기까지 아직은 이른 때, 휴게소에서 비추는 먼 불 빛으로 보니 오는 사람들이 손에 들고 또 등에 맨 짐들이 제법 큼직하다. 겨울산을 타려는 다부진 각오와 여기에 맞춘 행색들이다.

가려는 곳은 오대산, 일기 예보에는 비가 내릴 것이라고 했지만 적어도 30회 이상 비로봉을 탔다는 지인 오대산 다람쥐는 '기막힌 설경(雪景)'을 기대해도 되겠다며 강행을 명령했다.

각자의 차가 있었지만 한 차에 몰아 가기로 했다. 서둘러 일찍 도착한 이들은 장기주차장에 차를 세워놨다. 적어도 400km 이상을 오고 가는 수고는 토요다의 7인승 미니밴 시에나가 맡아줬다.

겨울산을 처음 오르는 초보들은 비장함까지 담은 듯 배낭이 두툼했다. 유난스럽게 포근한 날씨였지만 모두가 움직이는 것이 버거울만큼 방한복을 겹겹으로 챙겨 입는 바람에 7인승 시에나가 혹여 비좁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

 

침대가 아니라니까=이런 걱정은 기우였다. 독립식으로 배치된 2열 시트를 차지하며 우쭐했지만 3열을 독차지 한 이는 더 없이 행복해 보였다. 분리된 2열 시트의 여유, 여기에 홀로 자리를 차지한 3열 탑승자는 더 여유가 있었다.

단순하게 넓기만 한 것이 아니다. 럭셔리 세단에 많이 사용하는 오토만 시트는 항공기 퍼스트 클래스와 같이 어떤 자세도 편안하고 아늑하게 받아 들인다. 이런 편안함은 시에나가 만남의 광장을 빠져나와 동서울요금소를 빠져나오자 마자 운전자를 뺀 나머지 탑승자 모두를 단잠에 빠지도록 만들었다.

잠시 눈을 감은 듯 했는데 평창휴게소, 그리고 또 다시 빠진 잠은 오대산 입구 월정사에서 깼다. 그 사이 사이의 여정은 깊은 잠에 모두 사라졌다. 2열 롱 슬라이딩 시트의 슬라이딩 레버로 최대 650mm까지 앞 열과 거리가 벌어져 다리를 쭉 뻗어도 될 만큼 여유있는 공간이 확보가 된다. 

오대산 날다람쥐의 예언처럼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가는 내내 내렸던 비는 월정사 입구부터 눈으로 바꼈다. 덕분에 겨울철 한반도 5대 절경이라는 오대산의 환상적인 비경이 비로봉(1563m)을 찍고 상왕봉을 거쳐 내려오는 내내 이어졌다.

7시간이나 되는 만만치 않은 등산을 마친 후, 진부면에 있는 시골 목욕탕 '서울탕'에서 간단한 샤워를 마치고 노곤해진 심신을 편안하게 감싸 안아준 것도 시에나였다. 두어번 운전을 하면서 느끼지 못했던 시에나의 존재감은 이렇게 확실했다.

 

미국과 한국에서만 팔리는 미니밴=토요타 시에나는 1997년 미국에서 출시가 됐다. 유난스럽게 패밀리를 강조하는 미국 소비자들의 '가족애'를 노린 말 그대로 현지 전략형 모델. 그리고 북미 지역을 제외하면 유일하게 한국에서 판매가 되고 있다.

미니밴의 겉 모습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것이 우습기는 하지만 시에나는 경직된 기존 모델들과 조금은 다른 스타일을 고집하고 있다. 최소화한 보닛의 면적, 후드 캐릭터 라인, 그릴과 범퍼 그리고 인테이크 홀의 면적 배분을 동일하게 해 거기만 딱 잘라보면 대형 세단처럼 멋진 실루엣을 가지고 있다.

휠 하우스의 절절한 볼륨, 안쪽으로 기울어진 프론트 필러와 수직 라인의 휠플레어는 차체의 낮은 프로파일과 조화를 이뤄 대형 SUV와 같은 강렬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유선형 차체는 이 큰 덩치의 시에나가 동급 최고 수준의 공기저항계수(cd) 0.306을 확보하는데 기여를 하고 있다.

운전, 그리고 탑승 편의성을 돕는 다양한 장치들도 즐비하다. 외관에 노출이 되지 않는 파워 슬라이딩 도어는 열리는 정도가 더 커 사람이 타고 내리거나 화물을 싣고 내리기가 다른 미니밴보다 편안하다. 이 슬라이딩 도어는 오버헤드 콘솔 스위치, 센터 필러 스위치, 리모트 키 및 도어핸들 등 여러 개의 수단으로 열고 닫을 수 있다.

센터 콘솔 프론트, 리어에 각각 2개씩 총 4개의 대용량 컵 홀더가 마련됐다. 운전석, 동승자석 그리고 뒷좌석까지 독립적인 설정과 작동이 가능한 3존(Zone) 에어컨도 유용하다. 2, 3열 선쉐이드 및 멀티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도 적용이 됐다.

 

게다가 잘 달리기까지=시에나의 엔진은 3.5리터 V6, 주행 상황에 따라 흡배기 타이밍을 조절하는 듀얼 VVT-i(지능형 가변밸브 타이밍), 흡기 매니폴드에 ACIS(Acoustic Control Induction System)가 적용됐다.

높은 성능, 연비 효율성, 그리고 배기가스를 저감시켜주기 위한 구성이다. 6200rpm에서 266마력을 내고 게이트 타입 6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했다. 빨리 달리기보다 편안하고 안전한 주행 능력을 더 필요로 하는 미니밴의 조건에 적합하고 알맞는 스펙이다.

전륜의 맥퍼슨 스트럿, 후륜 토션빔 타입 서스펜션을 적용해 큰 차체가 꽤 부드럽게 제어가 되고 조향감, 응답성, 그리고 승차감도 만족스럽다. 5m가 넘는 큰 길이(5085mm), 2톤(2145kg)이 넘는 무게에도 밸런스를 유지하는 능력, 그리고 속도에 맞는 핸들링과 조향감도 뛰어나다.

숙명적으로 회전 구간에서 속도를 낮추지 않으면 후미쪽의 불안감이 전달되기는 하지만 운전을 할 때나, 또는 후석에 탑승자로 앉아도 크게 불안하지는 않다. 토요타는 이런 차체의 안정감이 시에나에 표준으로 장착된 5가지 안전 기능 ‘Toyota Star Safety System’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향상된 VSC(Vehicle Stablilty Control, 차량 자세 제어장치)가 ABS, EBD, Brake Assist, TRC, EPS의 기능을 통합해 차량의 주행, 회전 제동 시 최상의 성능을 유지시켜 주는 장치라는 것.

이 밖에도 VSC(차체자세제어장치), ABS(잠김방지 제동장치), EBD (전자식 제동력 분배장치), BA(제동보조장치), TRC(트랙션 컨트롤)와 같은 능동적 안전 시스템들이 기본사양으로 채택이 됐다. 가족, 또는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과 불안감없이 동승을 할 수 있는 조건이 충분하다.

 

이래서 잘 팔리나=시에나는 2011년 11월 한국 시장에 데뷔를 했다. 세단이 아니면 별 재미를 보지 못할 것이 뻔한 수입차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것. 이 때까지 수입 미니밴은 크라이슬러 그랜드보이저 정도에 불과했다.

시장의 전망이 낙관적이지 않았지만 한국토요타는 시에나를 월 50대 이상 팔겠다고 약속을 했었다. 그리고 첫 해 2개월 남짓한 기간 동안 시에나는 124대가 팔렸다.

아주 특이한 동향은 이듬해부터 이어지기 시작했다. 시에나는 2012년 641대, 그리고 지난 해에는 526대가 팔렸다. 작년 실적이 목표치에 조금 부족하기는 했지만 수입 미니밴이 2년 넘도록 월 평균 50대 이상 꾸준하게 팔린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정확하게 1년 후 한국 시장에 데뷔한 혼다 오딧세이가 2012년 11월과 12월 61대, 그리고 지난 해 296대 판매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이례적이다.

한국토요타 관계자는 시에나가 "대표적인 효자 모델"이라고 했다. 기업체 의전용, 업무용, 장거리 출퇴근용으로 많이 팔리고 있다고 한다. 이유는 "시트가 편하고 운전이 쉽고 안전한 장치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충분히 동감한다.

시에나의 국내 판매 가격은 3.5 Limited 5020만원, 3.5 AWD는 5360만원이다. 빼 놓은 일화가 있다. 오대산 가는 길, 후륜 스포츠 카를 타고 온 동반자 2명이 굳이 직접 차를 몰았다. 그러나 오대산 입구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의 비포장도로는 꽁꽁 얼어있었다.

이 후륜 스포츠카가 자꾸만 도로를 벗어나려 하는 바람에 이들은 중간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을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시에나는 2명의 승객을 더 받아들여 만석이 됐다. 그런데도 공간은 전혀 부족하지 않았다. 3열에 거구의 사내 3명이 탔는데도 그랬다.

저작권자 © 오토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