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차 판매 급감, 완성차 홀대가 원인

  • 입력 2014.01.28 00:07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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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다. 살림이 팍팍하고 가계 경제가 기울고 청년층 취업이 바늘구멍인 나라에서 고가의 수입차, 그리고 SUV처럼 비싼 차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2013년 대한민국에서 팔린 자동차를 차급별로 들여다보면 더욱 실감이 난다. 연간 팔린 자동차의 총 대수는 138만 1091대, 상용차까지 끌어 들인 숫자다.

 기아차 모닝

팍팍한 살림 탓, 중고차 시장만 활황

전년도인 2012년보다 2.1%가 줄었지만 차급별 희비는 엇갈렸다. SUV는 전년보다 14.2%, CDV는 무려 25.6%나 판매가 늘었다. 반면, 자동차 산업의 허리 격인 중형차는 16%가 줄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 어렵다는 시기에 경차 판매가 10.3%나 줄었다는 점이다.

지난 해 판매된 경차는 18만 2021대로 2012년과 비교해 2만대가 덜 팔렸다. 올해 1월 판매도 이런 추세가 계속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 한 업체의 귀띔이다. 완성차 업체들은 이런 부진을 경기 탓으로 돌렸다. 살기가 힘들어지면서 새 차를 사기보다 타던 차를 더 타자고, 그래도 급하면 중고차 시장으로 발길을 돌려버렸다는 것이다.

덕분에 중고차 시장은 활황이었다. 2013년, 당사자 거래를 포함한 중고차 총 매매대수는 330만 8121대다. 2012년 322만 856대보다 8만대가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고가의 수입차 판매도 15만여대나 팔렸다. 전년 대비 19.6%나 증가한 수치다.

 쉐보레 스파크

경차 5년 타면 3000만원 이상 절약

경차를 타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성이다. 상위 차급보다 뛰어난 연비, 그리고 이런 저런 혜택도 만만치가 않다. 경차와 준대형 세단의 5년간 보유 비용을 따져보면 이런 경제성은 상상을 초월한다.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는 "신차 가격과 제반 등록비용, 각종 세금과 연료비, 필수 유지비용 등을 모두 합치면 3400만원 가량을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웬만한 준대형 차 값이 빠지는 셈이다. 그런데도 경차가 팔리지 않는 이유는 대개 소비자의 인식 부족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완성차 업체의 홀대가 가장 원인이라는 점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빈약한 라인업을 우선 지적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70종이 넘는 경차가 팔리고 있다. 2013년 팔린 경차의 수는 우리나라 연간 자동차 판매대수보다 많은 200만대를 넘겼다. 이는 사상 최대치이기도 하다.

지난 해 열린 도쿄모터쇼에서 가장 인기를 끌었던 전시장은 경차 전문업체인 다이하츠였다. 다이하츠는 컨버터블에서 SUV, 그리고 기발한 컨셉의 코펜 등 20여종에 달하는 경차를 전시했다. 경이롭고 부러웠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2013 도쿄모터쇼에 전시된 다양한 경차

경차 홀대하는 완성차, 라인업 늘려야

반면 우리나라는 기아차 모닝과 레이, 쉐보레 스파크 3종에 불과하다. 그나마 상용으로 많이 팔렸던 한국지엠 다마스와 라보는 현재 생산이 중단된 상태에 있다. 최대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도 경차를 팔지 않고 있다. 이런 홀대의 이유는 경차를 만들어 팔아봤자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협력업체가 생산을 하고 판매만 하는데도 경차는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경차는 매월 진행하는 특별한 구매혜택에서조차 제외되는 일이 많다. 기아차의 경우 1월 한 달 동안 각 모델별로 최대 200만원까지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지만 모닝과 레이는 단 한 푼의 에누리도 없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이런 현상에 대해 "경차의 대중화는 완성차 업체의 공익적 의지와 이를 통한 소비자들의 인식 전환으로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무엇보다 튼튼하고 더욱 경제적이며 누구나 호감을 가질만한 다양한 차종으로 라인업을 늘려 선택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얘기다.

자기 개성이 강한 젊은층들이 관심을 가질수 있는 창의적인 경차, 그리고 여성과 실버 세대에 적합한 경차와 같이 특화된 모델들이 나와주기를 기대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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